컨텐츠 바로가기

07.06 (토)

'유일 사용자단체' 경총 수난…일자리委 워크숍 초청도 못받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용보험위 퇴출에 김상조 잇단 경고까지…"임원 물갈이 압박으로 해석"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전국 단위 사용자단체 경영자총협회(경총)가 현 정부 출범 이후 노사 관계·일자리 협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경제계 대화 파트너로서 '대한상공회의소(상의)'만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노사 문제에 특화한 사용자단체를 빼고 최저·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규직 전환 등 첨예한 노사 난제와 일자리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13일 일자리 창출 성과를 공유하고 방안을 논의하는 '전국 일자리위원회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고위 관계자들은 물론,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단체 등 일자리 정책 집행·실행과 관련된 140여 개 기관의 400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사용자단체 경총 관계자는 이 워크숍에서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경총 관계자는 "그런 행사가 열리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초청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재 경총 박병원 회장은 일자리위원회에 박용만 상의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과 함께 사용자 측 위촉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자리 창출 과제와 관련된 400명 이상이 모이는 자리에 최대 사용자단체 경총이 '왕따'를 당한 셈이다.

경총은 1970년 7월 15일 설립된 '한국경영자협의회'가 1981년 명칭을 바꾼 것으로, 설립 당시부터 '노사 문제 전담하기 위해' 전국 조직으로 설립된 사용자단체다. 현재 전국 단위의 사용자단체는 경총이 유일하다.

'경총 패싱(건너뛰기)'은 이뿐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말 고용보험위원회 위원 내 사용자위원(6명) 가운데 한 명인 경총 임원을 임기(2년) 만료를 이유로 해촉하고 대신 여성벤처협회 임원으로 교체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임원도 같은 이유로 중견기업연합회 인사에게 자리를 내줬다.

고용보험위원회는 사용주와 근로자가 월정급여액의 일정 비율을 보험료로 납부해 조성한 고용보험기금의 운용 관련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을 따지고 피보험자 측의 이의신청 재심사 등도 수행한다.

경총 관계자는 "2004년 고용보험위가 설립된 이후 경총이 위원진에서 빠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고용노동부는 "중소·중견기업의 실태를 더 잘 반영하기 위한 교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사용자가 재원 절반을 부담하는 고용보험 운용 위원회에서 유일한 전국단위 사용자단체를 배제하는 게 적절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잇따른 '경총 때리기'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달 2일 김 위원장은 5대 그룹 전문경영인과의 간담회에서 노사 관계를 언급하며 "사용자단체의 역할이 실종된 것 아닌가 큰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의 역할 분담을 고려하면, 노사정위원회와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참여해 사용자 측 입장을 전문적으로 대변해온 경총을 지목한 질타로 해석된다.

이뿐 아니라 김 위원장은 바로 뒷날 3일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수업에서도 "(노사정위에) 제대로 된 사(使)가 빠져있다. 기존 경총과는 다른 새로운 사용자단체의 탄생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노골적 배제와 질책에 경총 내부에서는 '혹시나 전경련과 함께 해체되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경총은 앞서 지난 4, 5월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가 한 차례 큰 '역풍'을 맞은 터라, 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당시 "세금을 쏟아 부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임시방편적 처방에 불과하고, 당장은 효과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다.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라고 말하는 등 새 정부 일자리 정책에 잇따라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경총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질책'에 가까운 지적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역사가 깊은 사용자단체이자 민간단체인 경총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해체하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분위기를 경총 입장에서는 회장 등 임원진 교체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라'는 주문인데, 태생적으로 노사 관련 이슈에서 사용자측 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하는 단체에까지 코드에 맞춘 변신을 주문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박병원 경총 회장은 지난 16일 열린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경제계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임기(내년 2월말) 전 사퇴 가능성에 "동계올림픽 기간(2018년 2월 9~25일) 중 자리에 있을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부인했다.

연합뉴스


shk999@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