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반려식물' 독거노인 친구가 되다…서울시 보급 확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시, 독거노인 2000명에 반려식물 보급 사업 시범운영

우울감·외로움 해소 및 이웃과 친밀감 형성 등 긍정적 평가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모(79)씨. 김씨는 집을 나서면서 새로운 가족이 된 반려식물에게 “다녀올게”라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한다. 혼자 산 지 10년이 넘었는데 요즘은 집에 식구가 있는 것 같아 든든하다. 동작구에 사는 이모(78)씨는 키우는 반려식물에게 자주 볼 수 없는 손녀의 이름을 붙였다. 정성껏 반려식물의 잎을 닦아주며 손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탈북민으로 구로구에 사는 김모(75)씨는 외부인의 방문이 낯설고 식물 기르기는 것에 자신이 없어 처음에는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식물의 새로운 잎사귀가 나고 잘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다며 먼저 얘기를 건네기도 한다.

반려식물 보급이 독거노인의 우울감과 외로움을 해소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0일 “올해 70세 이상 저소득 독거노인 2000명을 대상으로 반려식물 보급 사업을 시범운영한 결과, 우울감 및 외로움 해소와 주변 이웃들과의 친밀감 형성 등 긍정적인 평가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령화 사회의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도시 농업적인 해법이 도움이 된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반려식물’은 도시농업의 ‘원예치료’ 기능을 도입한 신조어로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식물’을 의미한다. 반려식물은 적은 비용과 수고로도 신체활동을 통한 건강관리, 정서적 안정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에 따르면 반려식물을 보급한 독거노인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울감 및 외로움 해소에 도움이 되었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94%(매우 그렇다 68%, 대체로 그렇다 26%)로 나타났다. 주변 사람에게 반려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도 긍정적인 답변이 78%(매우 그렇다 48%, 대체로 그렇다 30%)로 조사돼 반려식물이 독거노인 생활의 활력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반려식물 보급 사업이 긍정적으로 평가된 이유로 단순히 반려식물 보급에서 그치지 않고 원예치료사가 정기적으로 자치구 생활관리사와 동행 방문해 식물 관리 방법을 안내하고, 유선을 통해서도 사후 관리를 진행하는 등 소외된 어르신들이 마음에 위안을 얻고 정서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연계 지원한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시는 분석했다.

반려식물 보급 사업에 참여한 원예치료사 정미애(47) 씨는 “처음에는 방문하는 것조차 꺼려하시던 분들이 이제는 나를 기다려준다”며 “방문할 때마다 그동안 잘 키웠다고 자랑하시는 모습을 보고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천호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장은 “서울시 반려식물 보급사업은 도시농업과 사회복지서비스가 만나 홀몸 어르신의 삶의 질 향상과 화훼생산자의 농가 소득 증대, 원예치료사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여러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송광남 서울시 도시농업과장은 “반려식물 보급 사업은 도시농업을 통해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건강한 일상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반려식물의 긍정적인 효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보급과 사후관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