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원대, 간결한 디자인 … 5시간 줄서게 한 ‘평창 롱패딩’

보온력까지 갖춰 ‘가성비’ 좋아 인기

국내 중견업체서 3만 장 한정 제작

중·고생들 입소문, 아이돌도 한몫

“털 공동구매, 해외생산 … 단가 낮춰”

7000장 남아 … “추가 생산은 불가능”

‘평창 롱패딩’을 입은 가수 선미(오른쪽)와 EXID 멤버 하니.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직장인 지현경(26)씨는 지난 18일 서울 방화동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에 오전 7시30분에 도착했다. 평소엔 늦잠을 자는 토요일이었지만 요즘 유행한다는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서둘러야 했다. 입고 시간은 오전 10시30분. 세 시간 일찍 도착했는데 이미 대기 열은 인산인해였다. 앞자리에 서려고 다투다 넘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다섯 시간여를 기다린 오후 1시에 ‘득템’에 성공했다.

평창 롱패딩의 인기가 치솟아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중·고생을 비롯한 젊은 층에서 롱패딩 인기가 치솟는 와중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세련된 디자인이 입소문을 타면서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평창 롱패딩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기념해 3만 장이 제작됐다. 지난달 30일부터 롯데백화점 등 전국 공식 스토어 20여 곳에서 판매됐다. 순차적으로 전국 매장에 보급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15일 재고가 떨어졌다. 재입고된 매장에선 손님들 간 다툼으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일반인들이 이 패딩을 입은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지난 18일 추가 입고된 물량은 순식간에 동났다. 롯데백화점과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2일 재입고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1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2만3000장이 팔려 재고는 7000장이다. 22일에 재입고 공지를 내놓긴 했지만 안전사고 등이 우려돼 변경될 수 있다. 날짜와 장소가 확정되는 대로 홈페이지에 공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높은 인기 덕분에 희귀성까지 커진 평창 롱패딩의 첫 번째 매력은 가성비다. 직장인 최민식(26)씨는 “지난달 모 브랜드 롱패딩을 50만원 주고 장만했다. 그런데 친구가 입은 평창 롱패딩이 훨씬 따뜻하고 예뻤다”고 후회했다. 이런 평가들은 다시 입소문으로 번졌다. 거위 솜털(80%)과 깃털(20%)로 제작된 구스다운 롱패딩인 평창 롱패딩의 가격은 14만9000원이다. 비슷한 유명 브랜드 제품이 30만~50만원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최근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20만원에라도 사겠다”는 글도 있다. 여기에 평창 올림픽 기념 공연에서 인기 가수 선미와 EXID의 하니가 평창 롱패딩 한 개를 함께 입은 모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화제가 되면서 패딩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인터넷에서는 디자인에 대한 칭찬도 이어지고 있다. “과감하게 마크를 생략한 디자인이 촌스럽지 않아 마음에 든다” “옆트임이 있어서 활동하기 편하다. 더 확실한 건, 따뜻하다” 등의 품평이 올라왔다. 겨울올림픽에 맞춰 만들었지만 올림픽의 상징을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아 올림픽 기간이 끝나도 계속 입을 수 있다는 점도 인기의 비결이다. 패딩에는 소매와 등 쪽에 평창 겨울올림픽의 슬로건 ‘Passion Connected(하나 된 열정)’만 새겨져 있다.

업계에서는 평창 올림픽 공식 파트너인 롯데백화점이 미리 준비·기획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산은 국내 중견 의류업체인 신성통상이 주문자 제작 생산 방식(OEM)으로 맡았다. 외국 브랜드 OEM을 전문으로 하던 이 회사는 국내 브랜드도 가진 ‘토종’ 업체다. 이 회사는 2012년 가성비를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 탑텐이 흥행하면서 지난해 매출액 2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평창 롱패딩은 생산 주문이 워낙 빨리 들어갔고, 그룹 내 브랜드들과 거위털을 공동구매해 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 또 그룹의 미얀마 공장에서 생산을 같이 진행했기 때문에 다른 업체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단가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등이 마진을 줄인 것도 가성비를 높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가격대를 정해놓고 준비했고 협력 관계인 신성통상이 나서줘 낮은 단가가 가능했다. 조금 더 비싸게 팔아도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지만 국가적 행사인 평창 올림픽에 모든 국민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14만9000원이라는 단가를 책정했다. 추가 생산은 불가능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준영·김영주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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