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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수험생활과 객지생활 모두 일주일 연기된 울릉고 3학년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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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날 먹으려 준비한건데…"

포항 대지진 이튿날인 16일 오후 경북 포항 남구 해병대 청룡회관에 모인 울릉고등학교 3학년 학생 34명은 점심을 죽과 바나나로 때웠다. 대학수학능력시험 2교시를 마치고 먹으려던 '특식' 도시락이 예기치 못한 지진으로 '한 끼 점심'이 된 것이다.

경북 울릉군 울릉도에 소재한 울릉고 3학년 학생들은 매년 이맘때 4시간가량 바다를 건너 포항으로 온다. 울릉도에는 따로 수능 고사장이 마련되지 않기 때문이다. 울릉도는 경북 지역에서 유일하게 수능시험장이 없어 지난 1980년대 학력고사 도입 당시부터 포항에서 시험을 치러 왔다. 시험지를 각 시험지구별로 보관한 뒤 당일 아침 시험장으로 운반해야 하는데 기상악화 가능성과 시간 부족으로 정해진 시간에 울릉도까지 시험지를 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상이 악화되면 일주일 이상 섬에서 나올 수 없어 일주일 전쯤 미리 뭍으로 나온다. 올해 울릉고 고3 학생들도 수능 엿새 전인 10일 포항에 도착했지만 15일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수험생활과 객지생활이 각각 일주일 연장됐다.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데 따른 울릉고 학생들의 막막함은 남다르다. 당장 풀 문제집과 입어야 할 옷가지도 없는데다 남은 일주일을 또 낯선 곳에서 지내며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울릉고 3학년 송화정 양(18)은 "오늘(16일)을 기준으로 취침시간을 조절하며 컨디션 관리를 해왔는데 일주일을 더 해야 할 것 같아 막막하다"며 "빨래방에 가면서 봉투형 모의고사도 사올 계획"이라고 했다. 안지원 양(18)은 "딸을 응원한다며 사흘 전부터 나와 계셨던 부모님이 오늘 다시 울릉도로 돌아가셨다"라며 "다음주에 다시 포항에 오신다는데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김종태 울릉고 교감은 "7년째 학생들을 데리고 포항에서 수능을 치러왔지만 당황스럽다"며 "가족들과 일주일간 더 떨어져야 하지만 학생들을 위해 참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북교육청과 해병대 1사단 협조로 학생들은 또 다른 숙소를 구할 필요 없이 남은 일주일간 청룡회관에서 생활하게 됐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학생들 역시 남은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안 양은 "비교적 단기간에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사회탐구 과목을 남은 일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꿈이 역사 교사라는 송 양은 "수능이 끝나고 오늘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지만 일주일만 더 참아보겠다"라고 말했다.

[포항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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