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4 (월)

집 앞 학교 놔두고 8차선 건너 등하교 '생고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용인·수원 경계다툼에 주민 고통…행정구역·생활권 불일치 지역 전국 22곳

행안부 "'위례신도시 5개 지자체 주민불편 해소 협약'이 모범 답안"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청명센트레빌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 60여명은 매일 학교까지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

연합뉴스

수원시-용인시 경계조정안
(수원=연합뉴스) 경기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청명센트레빌아파트가 생활권은 수원이면서 행정구역은 용인에 속해 주민들이 자녀 등하교 문제 등 생활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와 용인시의 경계조정안. 2017.11.16 [수원시 제공=연합뉴스] hedgehog@yna.co.kr



걸어서 4분이면 닿을 246m 거리에 있는 수원황곡초등학교를 놔두고 왕복 8차선 도로를 건너 1.19㎞나 멀리 떨어진 흥덕초등학교에 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게 기형적인 행정구역 때문이다.

청명센트레빌아파트는 수원 원천동·영통동에 'U'자형으로 둘러싸였다. 지난 1994년 수원 영통신도시 개발과정에서 수원시로의 편입이 제외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생활권은 수원이지만, 행정구역상으로 용인에 포함되면서 지금의 기형적인 경계가 생겼다.

아이들의 고통을 참다못한 청명센트레빌아파트 주민들이 2012년 3월 경계조정 민원을 냈지만, 수원시와 용인시,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 2015년 5월 용인 땅인 청명센트레빌아파트와 주변 일반주택·상가 등 8만5천857㎡를 수원시에 속한 태광CC 부지 일부(17만1천㎡)·아모레퍼시픽 주차장(3천800㎡)과 맞교환하라는 중재안을 내놨다. 수원시는 이를 수용했지만, 용인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에도 최근까지 4차례에 걸쳐 수정제안이 오고 갔지만,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권에서 생활하는 용인 센트레빌 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경계조정을 하려는 것인데, 용인시가 두 시장간 협의안을 도출하고도 자꾸 말을 바꾸고 새로운 것을 요구해 협의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합리한 시군 경계 때문에 주민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는데도 지자체들이 해묵은 경계 싸움에만 열중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연합뉴스

수원 망포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
(수원=연합뉴스) 경기 수원시가 망포지구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해 내주 초 홈페이지를 통해 고시할 계획이다. 망포지구 위치도. 2017.2.16 [수원시 제공=연합뉴스] hedgehog@yna.co.kr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망포4지구 택지개발사업도 두 시의 갈등 때문에 경계조정이 안 되고 있다.

수원시가 망포4지구(1∼5블록) 개발을 위해 2010년 경기도에 도시계획변경신청을 내자 경기도는 수원시 단독개발 대신 인접한 화성시 반정지구와 경계조정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수원시는 사업지구 가운데 수원권역(1∼2블록)에 대해 먼저 사업승인을 내주고, 화성지역 3∼5블록 개발은 수원시 땅(19만8천㎡)을 화성시 땅과 동일한 면적으로 맞교환한 뒤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망포4지구 택지개발사업이 민자개발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화성시가 올 2월 24일 갑자기 "경계조정 논의는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수원시에 보내온 데 이어 3개월 뒤 다시 공문을 보내 "화성시는 경계조정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만일 경계조정 없이 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될 경우 화성시 땅에 있는 아파트에 입주해 살게 될 초·중학생들은 가까운 수원지역 학교를 놔두고 2∼3㎞ 떨어진 화성지역 학교로 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시민의 불편이 불 보듯이 뻔한 상황이지만,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로 수원시와 화성시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어서 망포4지구 경계조정은 당분간 해결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의왕시 내손동에 있는 롯데마트 의왕점도 불합리한 시군 경계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시설 전체 부지 1만4천446㎡ 가운데 4분의 1에 가까운 3천324㎡는 주소가 안양시 평촌동이다. 이로 인해 롯데마트는 주민세와 재산세 등 1억원 가량을 안양시에 납부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이 지역의 경계가 불합리하다고 보고 지난해 8월 현장조사를 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두 지자체장과 조정협의회의를 했으나,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의왕시는 효율적인 행정업무를 위해 경계조정을 원하고 있으며, 안양시는 지방세수와 비슷한 조건의 의왕시 땅과 맞교환할 수 있으면 조정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안양시와 광명시가 2008년 12월부터 박달하수처리장 주변과 안양천 기아대교 일대 등 3곳의 경제 조정을 놓고 조정협의를 하고 있다.

또 시흥시와 안산시가 비슷한 시기부터 안산시 신길 택지지구 내에 포함된 일부 시흥시 구역과 시흥시 거모동 도일시장 일대 정비구역 내 일부 안산시 부지를 놓고 조정협의를 계속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구리시와 남양주시도 왕숙천 직선화 공사 마무리 이후 발생한 양측 하천 부지 맞교환 문제를 놓고 1994년부터 20년 넘게 협의만 계속하고 있다.

불합리한 경계를 두고 지자체끼리 다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수원시 입북동과 의왕시 월암동에 걸쳐 있는 왕송호수의 행정구역은 두 지자체의 원만한 협의로 경계가 조정된 성공사례로 꼽힌다.

왕송호수 전체 부지 96㏊ 가운데 90%는 의왕시, 나머지 10%는 수원시에 속해 있다. 그러다 보니 재해예방 계획 등을 수립할 때 2개 시의 승인이 필요했다.

이런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두 지자체가 2012년 8월 경계조정 협약을 체결하고 정부에 경계조정신청을 했다.

결국, 5개월만인 이듬해 1월 수원시 땅 15만8천㎡와 의왕시 땅 19만4천㎡를 바꾸는 조건의 경계조정이 성사됐다.

행정안전부는 "시·군 간 경계조정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지만, 해당 지자체가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협력하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면서 최근 위례신도시 사례를 모델로 제시했다.

연합뉴스

위례신도시 주민불편해소 MOU
(서울=연합뉴스) 2일 오전 서울 송파위례동주민센터에서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왼쪽부터)과 김진흥 성남부시장, 박춘희 송파구청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오수봉 하남시장, 이재율 경기도 1부지사가 위례신도시 주민불편해소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있다. 2017.11.2 [서울시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하남시 등 3개 지자체에 걸쳐 조성된 위례신도시는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달라 주민들이 적지 않은 불편을 감수해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행안부가 지난 2일 3개 지자체에다 서울시, 경기도를 포함한 5개 지자체 간 협약체결을 끌어냈다.

협약에 따라 이들 5개 지자체는 지역구분 없이 도서관을 이용하게 하거나 부족한 쓰레기봉투 판매점을 늘리는 등 주민불편 해소에 나서고 있다.

위례신도시를 포함해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달라 주민불편 민원이 제기된 경우는 전국적으로 10개 지역(22개 시·군·구)이나 된다.

hedgeho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