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한국도 강대국 휘둘리지 말고 ‘남북 교류’로 평화 지켜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짬】 북아일랜드 평화활동가 콜린 크레이그

한겨레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평화교육단체 코리밀라 대표 콜린 크레이그. ‘화해의 언덕’이란 뜻의 지명이기도 한 코리밀라는 50년 넘게 평화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서유럽 분쟁지역 평화운동가가 극동의 분쟁지역 한국을 찾았다. 전세계에서 연 6만여명이 찾아가 교육을 받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는 평화교육 엔지오이자 공동체인 ‘코리밀라’(화해의 언덕)의 대표 콜린 크레이그(63])다. 어린이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가 주최하는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온 그를 15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창비서교빌딩에서 만났다.

평화교육 엔지오 ‘코리밀라’ 대표
1922년 이래 서유럽 대표 분쟁지역
개신교-가톨릭 분리·대립 되풀이
1965년 데이비 목사 평화운동 시작


어린이어깨동무 초청 학술대회 참가
“미래 주역 어린이·젊은이에 희망”


그는 먼저 “분쟁지역에서 평화는 쉽지 않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따라서 ‘북핵을 둘러싼 남북의 어려움을 돌파하기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분쟁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꼬이고 꼬여 있는데다 상대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조성해 기득권을 유지하는 정치 지도자들로 인해 늘 적대감이 재생산되는 탓에 이런 ‘네거티브’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평화의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영국령 아일랜드의 얼스터 지역은 원래 9개 주였다. 1922년 가톨릭 신자가 많은 남부 3개 주를 떼어내고, 개신교 신자가 대부분이던 6개 주만 ‘북아일랜드’로 독립했다. 그 뒤 신교(개신)-구교(가톨릭) 신자들이 서로 말도 섞지 않고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 정보’만 들으며 남북 분쟁을 빚어왔다.

코리밀라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전쟁 포로들을 대상으로 목회를 했던 목사 레이 데이비가 1965년 젊은이들과 함께 둥지를 틀고 평화운동을 펼치며 시작됐다. 크레이그는 데이비 목사와 달리 소수파인 가톨릭 배경에서 자랐다.

코리밀라는 신·교 간의 폭력 사태로 3천여명이 숨진 70·80년대엔 정치적인 봉합이 어려웠기에 우선 폭력으로 상처입은 이들을 위로하면서, 폭력 대립이나마 줄이기 위한 평화교육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편견이 굳을 대로 굳은 어른들보다 먼저 어린이들부터 만나 ‘상대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크레이그는 1980년 개발한 ‘모험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자연 속에서 신·구교의 아이들이 함께 캠핑을 하면서 동일한 문제를 협력해서 해결해가게 했지요. 또 그림이나 드라마, 인형극 등 예술활동을 함께하면서 같이 상상하도록 했어요.”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좋아하는데, 교사들이 ‘열린 아이들 모습’을 보고 패닉에 빠져 더 이상의 소통을 용인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아일랜드는 개신교 쪽의 민주연합당과 가톨릭의 신페인당 양쪽 극단주의 정당이 대립하고 있다. 이런 극단주의가 여전히 득세하는 것은 시민들이 그들의 가치를 지지해서라기보다는, 네거티브에 물들어왔기에 상대 종교 쪽이 집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략적으로 반대표만 던지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코리밀라는 언론에선 강경 발언만 쏟아내는 정치 지도자들을 비공식적으로 만나도록 주선해 ‘우리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도록 힘쓰고 있다.

그는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기로 하면서 유럽연합의 일원으로 남기를 원하는 북아일랜드에 또 다른 갈등이 우려된다”고 했다. 유럽연합 등장 이후 남북 아일랜드가 통일하지 않고도 관광이나 문화·체육 교류를 통해 통합을 진전시키고 럭비 단일팀까지 구성하기도 했는데, 브렉시트로 남북 간 경계가 강화되고 분단이 고착화될 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리밀라는 평화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지 뒤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 ‘전진하는 진보’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남한도 자기들 이익을 챙기려는 강대국 사이에서 어려움이 크겠지만, 미국에 끌려가기만 해서는 안 되고, 어떻게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낮은 수준이라도 남북 교류 협력사업들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민주화되고 발전된 남한보다,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고 체제 위기감이 강한 북한이 훨씬 불안한 상황이기에 어떻게든 긴장을 완화시켜 북의 체제 개방을 끌어내느냐가 평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른 문화적 정체성을 수용하지 않는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변화하는 젊은 세대에 주목했다. 그는 평소엔 선거율이 낮던 아일랜드의 젊은이들이 동성간 결혼 허용 법안 투표엔 압도적으로 나서 통과시켰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젊은이들이 같은 행동을 보인 예를 들었다.

“우리는 이미 고정된 것을 고착화시키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미래를 보고 일한다”고 강조한 그는 ‘희망을 열어갈 것’을 제안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