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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수능 연기] 수험생과 학부모 반응 '허탈'과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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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북 포항 5.4 규모의 강진 발생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주일 연기한다고 밝히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안도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경기도 고양에 사는 학부모 고모씨는 “긴장하고 많이 떨고 있었는데 다시 1주일 미뤄져서 속상하다”면서 “도시락이고 뭐고 다 장만해놓고 애도 다 준비하고 그랬는데…”라고 말했다. 고씨는 “도시락은 오후에 장을 봐서 야채같은거 다듬고 과일 씻고 준비했다. 연차를 내고 쉬고 있었다”며 허탈해했다.

인천 지역 수험생 박모양(18)은 “수능을 미루는게 이해는 되는데 너무 너무 당황스럽다”며 울먹였다. 박 양은 “멘탈 관리가 안될 것 같다. 며칠 전부터 식단을 관리하고, 공부한 것도 정리하고 했는데…”라며 “한 주가 더 생긴다고 딱히 준비를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걱정했다. 박 양은 “내일 저 같은 수험생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학교 가야 하나요”라고 말했다

재수생 학생들을 둔 학부모인 울산지역 김모씨(44)는 “오늘 아침 9시에 아들이랑 같이 학교가서 수험표도 받고 고사장 확인까지 했다”며 “지금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능 쳐야죠. 미루면 어떡합니까”라며 “우리 아들은 재수생이다 보니 내일 빨리 마무리를 해야 되는 입장인데 이게 지금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진 좀 났다고 이렇게 연기하면 어떡하나. 일주일을 더 어떻게 하나요”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 수험생 김모군(18)은 “갑자기 연기된다고 하니 솔직히 좀 허탈하다”면서 “어떻게 해요. 연기됐는데…”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수험생 백모양(18)은 “제 친구는 뉴스 보다가 울면서 전화하면서 너무 억울하다고 짜증나고 그랬다”면서 “포항 지역에서 시험보는 사람들이 불안해할테 그대로 진행하는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양은 “수능날 제일 안 피곤하려고 거기에 맞춰서 생활을 해왔고 책을 좀 버렸는데…”라며 걱정했다.

서울 지역 고교 3학년 담임교사인 최모씨는 “초유의 사태인데 당장 일주일 뒤에도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되면 어떡할 것이냐, 이런 것도 걱정이 된다”며 “수능이 연기되면 대입 일정이나 학사 일정도 다 연기되는 것 아니겠냐”고 걱정했다. 그는 “당장 저희반 애들은 ‘선생님 어떻게 돼요’ 이렇게 연락이 오는데 거의 오후 9시 되서 이렇게 발표하는게…”라며 “아이들이 제일 걱정이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고교 교사 임모씨는 “전국 한날 한시에 수능을 치르는 서열화의 폐해”라며 “정부에서 나름 고민을 했겠지만 연기에 따른 이익과 불이익을 고려하면 뜨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 연기 시킨다면 학교가 수업 다시해야하고 프로그램을 싹 바꿔야 한다”며 “굉장한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포항 인근인 부산의 학부모인 김모씨(52)는 “연기를 하는게 맞다고 보지만 다소 당혹스럽기도 하다”면서 “전부 다 같이 연기되는 것이라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포항 인근의 경북 경주 지역인 수험생 이모군(18)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공포감과 불안감을 생각하면 포항과 근처 지역 학생들에게 (내일 시험을 치르는 것은)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포항지역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학생들이 너무 놀라 귀가를 못하고 공원이나 운동장, 차안에서 대피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내일 과연 시험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 것이냐는 우려가 많았다”며 “만약 강행을 했다면 무사히 진행됐겠냐”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수능 연기를 반기는 수험생과 허탈감을 드러내는 수험생이 양분됐다. 수능 연기에 찬성하는 측은 “포항 사는 수험생인데 지진 때문에 집이 엉망인 상황이었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너무 잘됐다”, “수능 연기는 공정한 시험과 안전을 위해선 당연한 결정이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수능 연기에 반대하는 측은 “수능연기도 말이 안 되지만 그걸 몇 시간 전에 발표하는 것도 수험생 기만이다”, “다음주에 수능 끝나고 가족 여행을 가려고 계획했는데 다 취소됐다. 일주일 더 수험생으로 살아야 한다니 끔찍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유진·최미랑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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