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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고종이 교황에게 보낸 편지, 113년 만에 전주한지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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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바티칸 비밀문서고서 발견

교황청 요청받고 1년 복본화 작업

전주시, 완성서한 교황 등에 전달

중앙일보

김승수 전주시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주한지로 복본된 고종의 친서를 건네고 있다. [사진 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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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이 113년 전 로마의 교황에게 보낸 해묵은 편지가 전북 전주의 전통 한지로 새롭게 태어났다. 전주시는 14일 “김승수 전주시장 일행이 지난 9일(현지시각) 로마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전주한지를 이용한 ‘고종 황제와 바티칸 교황 간 친서’의 복본(複本·원본을 그대로 베낀 문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이날 김혜봉 세계종교평화협의회 의장과 함께 바티칸 비밀문서고 책임자인 장 루이 브뤼게 대주교에게 문서를 건넸다. 앞서 김 시장은 전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주한지로 복본한 또 다른 친서 한 세트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전주시에 따르면 이 친서는 교황 비오 10세의 즉위(1903년) 소식을 뒤늦게 안 고종이 이듬해(1904년) 이를 축하하기 위해 보낸 서한이다. 서한에는 ‘우리나라에 복을 빌어달라’는 내용도 적혀 있다.

고종의 친서는 지난해 이탈리아의 고문서 전문가인 엔리코 플라이아니 박사가 바티칸 비밀문서고에서 발견해 100여년 만에 빛을 봤다. 양지(서양종이)로 제작된 고종의 친서는 발견 당시 색이 누렇게 변하고 문서 일부가 훼손된 상태였다. 전주시는 지난해 교황청 관계자로부터 원본 재현 제안을 받고 전주한지를 이용한 복본화 작업에 착수했다. 전주시는 김석란 미래문화재연구소 대표 등을 현지에 보내 고종 친서의 원본 규격과 크기·재질·물성 등을 디지털 이미지로 만들어 한지에 코팅하는 방식으로 인쇄했다. 디지털 프린터용 한지를 개발한 김 대표는 조선왕조실록의 복본화 작업도 맡았었다.

전주시는 고종의 친서 외에도 당시 뮈텔 조선교구 교구장이 바티칸 교황청에 보낸 서한 등 50여 장도 전주한지로 재현해 기증했다. 서한에는 러·일전쟁을 비롯해 한국 천주교 규모와 활동 등 당시 조선의 상황이 담겨 있다. 전주한지는 올해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된 문화재인 ‘바이에른 막시밀리앙 2세 책상’을 복원하는 데도 활용됐다. 당시 루브르박물관 복원팀은 “전주한지는 접착력과 가벼움·강도·치수 안정성(습도와 온도 등 변화에 물체의 치수 및 형상이 변하지 않는 성질) 면에서 문화재 복원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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