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의 38%가 안 먹어
점심·저녁 과식해 지방으로 쌓여
복부비만·당뇨병·혈압상승 야기
힘들어도 아침 먹는 습관 들여야
19~39세 아침 식사 결식률 |
전문가들은 아침밥 결식이 건강에 해롭다고 지적한다.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박경희 한림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하루에 몇 칼로리를 먹느냐에 관심이 높은데, 같은 칼로리라도 아침·점심·저녁에 어떻게 나눠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1800칼로리를 점심·저녁에 몰아서 먹는 것보다 아침에 30%가량을 먹고 나머지를 점심·저녁에 고루 먹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의사들은 아침밥이 우리 몸이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소모하는 대사작용을 원활히 하는 첫 단추라고 말한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침에 써야 하는 연료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몸은 비상 상태가 된다”며 “아침 결식 후 음식이 들어오면 이를 소모하려 하기보다 지방으로 축적하려는 쪽으로 체질이 변한다”고 말했다. 대사작용이 원활하려면 연료가 규칙적으로 들어와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아침밥을 제시간에 먹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밥을 안 먹으면 대사작용에 문제가 생겨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이 나빠진다. 충남대 식품영양학과팀이 19~64세 성인 7769명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하루 필요 에너지의 10% 이하 아침을 먹는 사람은 30% 이상 먹는 사람에 비해 복부비만이 생길 위험이 9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지질혈증 발생 위험은 84%, 당뇨 발생 위험은 57% 높다.<한국영양학회지, 2015>
아침밥을 거르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커진다. 점심·저녁에 몰아 먹는 게 몸에 부담을 준다. 박경희 교수는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혈당이 올라가고 이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며 “에너지가 점심·저녁에 몰리면 인슐린이 한꺼번에 분비되면서 혈당이 들쭉날쭉해진다”고 말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교수가 19세 이상 성인 4265명의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했더니 하루 섭취 열량이 동일할 때 섭취 횟수가 적을수록 혈압이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식·식사를 포함해 하루에 2회 이하로 먹는 사람의 혈압은 평균 121/78㎜Hg였다. 5회 이상 먹는 사람은 118/77㎜Hg였다. 이 연구는 유럽임상영양학저널(2014)에 실렸다.
아침밥이 안 넘어간다는 사람은 간식을 더 먹고, 저녁에 과식해 다음날 아침밥을 다시 거르는 악순환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 마포구 신모(36)씨는 아침밥을 먹지 않고 회사에서 커피·과자·초콜릿을 먹는다. 입맛을 잃어 점심을 적게 먹게 된다. 그러다 저녁 때 폭식을 한다. 냉장고에 냉동 만두·피자·새우 등을 쌓아두고 먹는다. 신씨는 “오후 8시쯤 퇴근하면 배가 너무 고파 빨리 해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을 찾는다”며 “다음날 속이 부대껴 아침밥을 못 먹는다”고 말했다.
신씨가 즐겨 먹는 커피·과자·초콜릿은 아침밥을 대신하지 못한다. 박민선 교수는 “이런 음식은 칼로리만 높고 배가 금세 고파져 다른 간식을 찾게 만든다. 영양이 별로 없어 살만 찌고 체력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박경희 교수는 “저녁을 많이 먹으면 에너지를 쓸 데가 없어 지방으로 쌓인다. 아침을 더 먹는 게 낫다”며 “비만 환자에게 꼭 아침밥을 챙겨 먹으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아침식사는 습관이다. 처음엔 힘들더라도 과일이든 빵이든 먹는 버릇을 들이면 몸이 규칙적인 영양 공급에 익숙해진다. 아침에는 포만감을 주는 채소·과일·곡물과 단백질 식품을 곁들여 먹는 것이 좋다. 뇌·장기는 어느 정도 포만감을 느껴야 ‘이제 일할 때’라고 인지한다. 달걀·호밀빵·감자·고구마·과일 등을 챙겨 먹는다. 샐러드에 요거트를 곁들여 먹거나 연두부를 같이 먹으면 좋다. 죽을 얼려 뒀다 먹는 것도 방법이다. 박경희 교수는 “조금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면 몸이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돼 아침 먹기가 조금 편해진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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