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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핀테크 산업 날개 달아준 일본 정부…한국, 규제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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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과 규제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핀테크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 신규 핀테크 사업자가 규제로 인해 불이익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핀테크 관련 규제만 10개 안팎이다. 신규 핀테크 업자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중복된 규제를 모두 충족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 역시 개선 움직임이 있지만, 단편적인 수준에서 그쳐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의 단일화 내지는 통합법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선비즈

조선DB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2018년까지 결제와 송금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하나의 법으로 통합하고 소규모 핀테크 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법제를 정비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안에 관련 법률들을 재정비하고 내년 새로운 법률체계를 도입한다.

◆ 일본 정부, 핀테크 법 단일화 추진…핀테크 시장 진입장벽 낮춰

일본의 핀테크 관련 규제는 현재 우리와 같다. 은행, 여신전문 등 업종별로 송금 및 결제 업무를 제한하고 있다. 같은 결제·송금 서비스를 제공해도 은행은 은행법, 전자화폐업자는 자금결제법, 신용카드사는 할부판매법 등으로 규제해 핀테크 사업자 입장에서 규제가 중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금융청은 이 같은 법체계로 핀테크 산업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판단해 업종별로 규제했던 관련 법을 서비스별로 규제하기로 했다. 동일한 서비스에 대해서 같은 규제를 부과해 핀테크 사업자가 하나의 규제만 만족하면 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일본 금융청의 법 개정은 핀테크 사업자와 은행 간의 제휴를 이전보다 용이하게 해줄 전망이다. 공통의 진입조건이 적용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과 제휴가 쉽다. 핀테크 사업자는 은행이 보유한 고객 및 계좌 정보를 활용하기 쉬워지고 새로운 서비스 창출을 촉진할 수 있게 된다.

이광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일본의 법 개정을 통해 소비자 역시 수수료 인하 수혜를 볼 수 있다"며 "기업(기존 핀테크 기업)의 경우 해외 송금 시 은행을 경유하기 때문에 1회 5000엔 정도의 수수료가 부과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본 금융청은 핀테크 사업자의 신규 진입 확대를 위해 금융규제를 정비하기로 했다. 은행의 핀테크 사업 진출을 제한하고 소규모 사업자의 진출을 유도하는 것이 골자인데, 금융청은 이를 통해 은행 주도의 서비스 편중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핀테크 산업 규모는 지난 2015년 33억9400만엔에서 지난해 65억7100만엔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18년까지 핀테크 산업 규모를 222억8600만엔, 2020년까지 567억8700만엔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5년 안에 5000억원 이상의 산업 확대를 꾀한다는 것이다.

◆ 국내, 핀테크 관련 법만 10개 안팎…소규모 업체, 신규 진출 힘들어

일본의 발 빠른 핀테크 산업 활성화와 반대로 우리 정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내 핀테크 관련 법규는 은행법, 전자금융거래법, 외국환거래법, 자금세탁방지법, 실명제법, 신용정보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의 이용촉진과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 저촉된 법률만 10개 안팎이다.

핀테크는 IT기술과 금융이라는 두 개의 산업이 융합한 새로운 영역이어서 관련 부처도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다. 하나의 정부 부처에서 단일한 정책을 통해 일관되게 규제를 정비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우리 금융규제는 포지티브 규제(허용 가능한 사업을 나열한 규제 체계)여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싱가포르, 미국, 중국 등은 핀테크 관련 금융규제를 네거티브(허용 불가능한 사업을 나열한 규제 체계) 방식으로 도입해 사실상 핀테크 사업을 전면 허용했다.

금융위는 지난 7월18일 금융사 및 신용정보회사, 신용정보집중기관에 적용된 개인신용정보 관련 규제를 신용정보법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신용정보법(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해당 법은 법제처 심사 단계이며, 관련 부처들간 이견이 있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욱이 개정안이 신용정보법에 국한돼 있고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은 그대로여서 실제 통과가 되더라도 핀테크 업체가 얻는 규제상 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규제 실익을 위해서는 신용정보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일괄적인 개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은 “핀테크의 핵심 부분이 IT기술이며 IT기술은 상당히 빨리 변화하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핀테크 시장을 건강하게 조성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보다 빠른 대응(규제 체계화·단일화)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kal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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