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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한투증권, 국내 1호 '초대형 IB'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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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Investment Bank·IB)이 탄생할 수 있을까. 13일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투자은행이 싹을 틔울 수 있는 단초는 마련됐다. 금융 당국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한국투자증권에 자기자본의 2배까지 단기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한층 강화된 자금 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투자은행의 주 업무 영역인 기업금융을 활발하게 전개할 전망이다.

◇중소·중견기업 투자 활성화 기대

금융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5개 증권사에 대해 자기자본 4조원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안건을 의결하고, 이 중 한투증권에 대해선 단기금융업 인가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한투증권은 만기가 1년 이하인 기업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모집하고, 이 돈을 기업 대출, 주식·회사채 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는 나머지 4개사에 대해서도 금감원 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심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금융 당국은 지난 2011년 국내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기업금융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증권사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소위 증권사들이 말하는 초대형 IB(투자은행)로 지정해 육성하기로 했다. 그 첫 단계로 지난 2013년 자기자본 규모가 3조원 이상인 증권사에 기업신용공여(대출) 업무를 허용함으로써 증권사도 기업에 대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증권사가 자기자본만 갖고 대출을 해줘야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번에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에 한해 자금 모집이 쉽고 빠른 기업어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명실상부한 초대형 IB 탄생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조선비즈


앞으로 한투증권은 자기자본의 2배인 약 8조7000억원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50% 이상을 기업 대출, 어음할인, 주식·회사채 투자 등 기업금융에 사용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돈이 그동안 은행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대출을 꺼렸던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흘러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기업어음을 발행하게 되더라도 금리가 은행채보다 높기 때문에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이 돈이 은행 대출의 사각지대에 있던 중소·중견기업 대출, 비상장 주식 투자 등에 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권, "증권사가 사실상 수신 갖춰" 반발

은행권은 새 경쟁자의 등장을 경계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M&A(인수·합병) 자문 등 투자은행 본연의 업무를 확대하려는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 정책에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발행어음과 IMA(종합투자계좌) 업무는 원리금 보장 상품을 판매해 조달한 자금을 기업에 대출하는 것으로, 상업은행의 업무에 해당하며 IB 육성 정책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증권사가 은행 예금에 비견될 수 있는 일종의 수신(受信) 기능을 갖는 것에 반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는 "초대형 IB의 발행어음은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고 발행 회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되는 금융 상품이란 점에서 은행 예금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야심 차게 출발한 국내 초대형 IB 바람이 미풍에 그칠 것이란 회의론도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기어음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기가 짧은 증권회사 회사채를 사는 셈"이라며 "은행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가 안 되기 때문에 사려는 곳이 얼마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로 묶여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자기자본 4조원인 초대형 IB가 어음 발행으로 8조원을 마련하더라도 현재로선 기업 대출에 4조원까지밖에 사용할 수 없는 데다, 대다수 증권사가 이미 대출액의 절반 정도를 개인투자자에 대한 주식담보대출 등에 할애하고 있어 한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재곤 기자(tru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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