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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수능 파헤치기]찍을 땐 ①②보다 ④ 골라라? 과연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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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수능 기출문제 분석

국어, 정답에 ① ② 적고 ③④⑤ 많아

수학 주관식 정답, 10년간 0과 1 없어

같은 숫자가 두 번 정답인 경우도 전무

중앙일보

16일 수능을 앞두고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 담에 '수능대박' 글씨가 써있다. 수능은 모든 과목이 5지선다 객관식으로 이뤄지는 시험이다보니 다양한 '찍기 비법'이 전해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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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여러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16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네요. 시험 당일엔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어야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찍어야' 하는 상황도 생길 거에요.

수험생들 사이엔 이른바 '찍기 비법'이라는 게 있는 것 같더군요. 수능은 수학 주관식 문제(모두 9문항)를 제외하곤 모두 5개 보기 중 하나를 정답으로 고르는 '5지선다형' 객관식이죠. '정답을 도통 모를 때는 몇 번을 찍어라' 이런 속설 정말 믿어도 될까요.

중앙일보는 지난 10년간(2008~2017학년도) 수능 국어·수학·영어(옛 언어·수리·외국어) 기출문제 정답을 분석해 봤습니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홈페이지에선 기출문제로 '홀수형'만 제공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분석도 홀수형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중에서도 2008~2011학년도의 수학 가형 심화 선택과목 문제, 그리고 출제 오류로 복수정답이 인정된 2016학년도 영어 문제 1개는 제외했습니다.

홀수형만 분석하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수험생 여러분이 고사장에서 홀수형·짝수형 중 무엇을 받게 되느냐 역시 '운'이니 양해해주세요. 자 그럼 이제부터 '찍기' 속설에 대한 검증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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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아는 것만 나오게 해주시고, 모르는 것도 찍어 맞추게 도와주소서.&#39; 지난해 한 수능 시험장에서 시험지 배부를 기다리는 수험생이 손모아 기도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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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설: ①번, ②번보다는 ④번을 찍어라?

검증 결과: △


5지선다형이라면 ①~⑤번까지에서 정답이 각각 20%씩 나오는 게 이상적이죠. 정답이 특정 번호에 쏠리지 않도록 출제자가 고려한다면 말이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정답 비중을 자세히 밝히지는 않고 있어요. 이례적으로 2004년에 출제 매뉴얼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매뉴얼에는 '번호 쏠림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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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평가원이 공개한 수능 출제 매뉴얼. 답지를 검토할때 특정 답지에 편중되어있지 않은지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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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부 수험생들은 ④번이 정답일 확률이 높다고 '주장' 합니다. 사실일까요?

국어 먼저 볼까요? 지난 10년간 수능에서 ①·②번이 정답인 경우가 각각 18% 정도였습니다. 반면 ④번이 정답인 문제는 21.8%로 이보다 살짝 높았어요. ⑤번은 21.3%, ③번은 21%로 ④번보다 낮긴 하지만 ①·②번보다는 높네요.

①·②번인 정답인 문제가 다른 번호에 비해 적은 것은 맞아요. 그렇다고 ④번이 정답일 확률이 항상 높다고 생각해도 안 됩니다. ③번이나 ⑤번 정답이 가장 많이 나온 해도 적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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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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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학을 살펴 볼까요? 수학은 각 번호의 정답률이 20%로 거의 균등합니다. 수학 객관식은 모두 21개인데, 각 번호마다 4~5개씩 정답을 나눠가집니다. 어느 한 번호가 유리하다기보다는 번호마다 비율이 균형적이란 점을 참고할 만합니다.

영어도 수학과 비슷합니다. 어느 번호의 정답이 많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20%안팎으로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①번의 비율이 미세하게 적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번호들과의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이제 결론입니다. ①·②번보다 4번이 잘 나온다는 속설은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믿고서 ④번을 찍기는 어려워보입니다. 답은 '△' 입니다.

속설: 같은 번호가 여러 번 연속해서 나오지는 않는다?

검증: △


지난해 수능은 오랜 만에 '불수능'으로 불릴 만큼 어려웠는데요. 특히 1교시 국어 '짝수형'을 받은 수험생들은 첫 페이지부터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1번부터 4번 문제까지 처음 4개 문항의 정답이 네 번 연속으로 ④번이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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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치러진 2017학년도 수능 국어 정답표. 1번부터 계속되는 4번의 행진이 수많은 수험생을 당황시켰다. (4444(5)44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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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들은 "시작하자마자 ④번만 계속 나오는데 '내가 답을 틀린 게 아닌가' 싶어 식은땀이 흘렀다"고 합니다. 반면 홀수형에선 첫 문제의 정답은 ②번이고, 두번 째 문제부터 정답이 세 번 연속으로 ④번이어서 충격이 덜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이처럼 똑같은 번호가 연속으로 정답인 경우는 드문 사례일까요. 국어·수학·영어 3개 과목의 '홀수형'만 대상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확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수능에서 같은 번호가 네 번 이상 연속으로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문것이 사실입니다.

10년간 '홀수형'에서 네 개 문제 연속으로 같은 번호가 정답이었던 경우는 단 한차례 뿐이었습니다. 2016학년도 영어에서 25~28번 문제의 답이 모두 ④번이었습니다. 특정 번호가 다섯 문제 이상에서 연속으로 정답인 경우는 한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번호가 두세 번 연속으로 나오는 경우는 흔합니다. 같은 번호가 두세번 연달아 나온다고 틀렸다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문제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겠지요.

속설: 수학 주관식 정답은 '0' 아니면 '1'인 경우가 많다?

검증: X


흔히 수학 주관식 문제에서 막히면 '-1'이나 '1' '0'을 정답으로 쓰라는 속설이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속설은 틀립니다. 우선 수능 답안지에 음수를 쓸 수 없기 때문에 '-1'은 답이 될 수 없고요. 최근 10년간 주관식 정답으로 '0'이나 '1'이 등장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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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2교시 수학 답안지. 주관식은 0~999까지 표시할 수 있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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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답안지로 OMR(Optical Mark Reader)카드를 사용하는데요, 수학 주관식 정답은 세 자리까지 숫자를 표시할 수 있게 돼있습니다. 소수나 음수는 표시할 수 없고 0~999까지의 자연수 1000개 중 하나가 답인 셈이죠.

수학은 30개 문제 중 9개가 주관식인데, 10년간 A·B형, 또는 가·나형 중 어디에서도 '1'이나' 0'이 답으로 나온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 속설은 틀렸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정답으로 가장 자주 나온 숫자는 뭘까요. 바로 '12'입니다. '12'는 최근 10년간 2016학년도 수능 단 한차례만 빼고 아홉 해에 걸쳐 빠짐없이 답으로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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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에 이어 자주 등장한 정답은 '11'입니다. 2010, 2013학년도 두 번만 빼고 10년 중 8년간 정답으로 나왔습니다. 이어 '16'이 일곱 해, '20'이 여섯 해, '19'가 다섯 해 정답으로 출제됐습니다. 흔히 '1'이나 '0'에 이어 잘 나온다고 알려진 10, 행운의 숫자로 많이 선택되는 7은 각각 네 해 출제됐네요.

주관식 답으로 자주 나온 숫자를 보면 두자리 숫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10년간 주관식 정답 중 0~9처럼 한자리 숫자가 정답인 비율은 10%, 세 자리 숫자(100~999)는 9%에 불과한 반면 두 자리 숫자가 정답이었던 비율은 81%를 차지했습니다. 매해 한 자리 숫자나 세 자리 숫자가 정답인 문제가 각각 하나씩 나오고 나머지는 두 자리 숫자가 정답인 셈입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어요. 10년간 수학 주관식에서 똑같은 숫자가 서로 다른 두 문제의 정답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홉 문제의 정답은 각각 다른 숫자였다는 점도 재미있네요.

주관식에서 정답을 찍어서 맞출 확률은 산술적으로 1000분의 1에 불과하죠. 요행을 바라는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0'과 '1'이 10년간 안나오다가 이번 수능에서 답으로 나오지 말란 법도 없어요.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수험생들이 찍는 문제마다 정답에 꽂히길 기원합니다. 수능 대박 나세요.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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