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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활란 친일행적 밝혀야" vs "당시엔 어쩔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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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학생들 친일행적 밝히는 팻말 설치

학교 측 "팻말 설치 허가할 수 없어"

뉴스1

지난해 7월3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앞에 세워진 초대총장 김활란 박사 동상 이 훼손돼 있다. 2016.7.3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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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이화여자대학교의 학생들이 김활란 초대총장의 동상 앞에 그의 '친일행적'을 밝히는 팻말을 세울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학교가 학생들의 행동에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혀 마찰이 예상된다.

13일 이화여대 학생들로 구성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세우기 프로젝트 기획단'은 이날 오후 예정된 팻말 설치에 대해 학교가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기획단에 따르면 앞서 8일 학생들은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해 학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을 비롯한 이화여대 관계자들은 김활한 초대총장의 친일행적에 대해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며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기였기에 이화여대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는 취지로 학생들을 설득했다.

특히 학교 관계자들은 '팻말설치가 동문들 간의 논쟁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라며, '학교 외부에서 친일 행위가 알려졌는데 내부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학교 관계자들은 기획단에 '한달 임시게시물이면 허가할 수 있다' '공과 과를 함께 담으면 심의에 통과할 수도 있다'라며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기획단은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기획단은 "일제 감점기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분들을 생각하면 조국과 민족을 팔아 자기 이익을 도모했던 친일행위는 어떤 이유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라며 "학교 관계자들의 발언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기획단은 "간담회 내내 학교가 친일의 역사를 마주하고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며 "친일파가 동상으로 기려지는 곳이 아니라 지난 친일의 행적을 뼈아프게 성찰하고 성숙한 지성의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획단은 이날 오후 1시 이화여대 신촌 캠퍼스 안에 세워진 김 초대총장의 동상앞에서 '김환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제막식'을 진행한다. 기획단은 팻말제작을 위해 지난 3월부터 1022명의 이화여대 구성원들의 서명과 모금을 받았다. 이번에 제작되는 팻말 앞면에는 김 초대총장의 친일행적의 내용, 뒷면에는 기획단의 활동 내용과 모금에 참여한 학생들의 이름이 들어갈 예정이다

제막식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제막식 자체를 금지할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향후 팻말이 설치되면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화여대 출신의 한국 최초 여성박사로 YWCA를 창설한 김 초대총장은 친일 행적으로 인해 지난 2004년 제정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올랐다. 김 초대총장은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임전보국단 부인대'의 간부직을 맡으며 정신대와 학도병 지원을 선전하는 등 친일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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