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베트남 차에 왜 '한국 번호판'이? 영상에 잡힌 文 '방탄차'

문 대통령, 취임 후 최초로 동남아 순방에 '방탄 차량' 공수

靑 "경호상 필요하거나, 한국과 경호 상황 다를 때 공수"

3번째 방문국인 필리핀, 자국민의 총기 소지 법적 허용

지난 11일 오전(현지시간) 베트남 다낭 컨벤션센터 앞에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가드’ 차량 한대가 서 있었다. 청와대가 한국에서 공수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경호차량이다.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서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용 경호차량. 문 대통령은 이번 베트남과 필리핀 방문에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에서 경호차량을 직접 공수해왔다. 다른 차량들이 'APEC 행사용' 번호판을 달고 있는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의 차량은 흰색 한국식 번호판을 그대로 달고 있다. 강태화 기자

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이번 동남아시아 순방에 취임 후 처음으로 경호차량을 공수해왔다. 본지가 11일 촬영한 동영상에는 ‘APEC 행사용’ 번호판을 달고 있는 다른 차량과 달리 문 대통령의 차량은 서울에서 달고 있던 번호판을 그대로 달고 있는 장면이 확인된다.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는 본지에 “이번 순방 3개국 중 베트남 일정부터 한국에서 공수한 차량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며 “문 대통령이 경호차량을 방문국에 가져간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역대 대통령 중에는 종종 전용 경호차량을 공수한 전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미얀마(옛 버마)를 방문할 때 경호 차량까지 공수했었다. 1983년 우리 정부 인사들이 숨진 아웅산 묘소 폭발 사건이 벌어진 곳이어서다. 경호처 관계자는 “국내에서 공수할 수 있는 순방국까지의 거리도 변수가 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국내의 경호 상황과 차이가 날 경우 또는 현지의 치안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2일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직후엔 필리핀 정부가 제공한 BMW 차량을 경호 차량을 이용했다. 필리핀에서도 한국 번호판을 단 차량을 쓸 계획이지만, 차량을 실은 수송기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경호차량을 필리핀으로 재차 공수한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유를 밝히고 있지 않았지만, 필리핀이 자국민의 총기 소유를 법적으로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에서 총기를 소지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100만 정 이상의 총기가 불법 유통되고 있어 총기 관련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방탄 성능이 검증된 방탄차를 한국에서 공수해와야 하는 이유다.

12일 한국 취재진이 사용하는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필리핀 마닐라 시내의 한 호텔 입구에 X-레이를 사용한 검색대가 설치됐다. 필리핀은 자국민에 대한 총기 소지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강태화 기자

12일 한국 취재진이 사용하는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필리핀 마닐라 시내의 한 호텔 입구에 X-레이를 사용한 검색대가 설치됐다. 필리핀은 자국민에 대한 총기 소지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강태화 기자

실제로 이날 한국의 프레스센터가 위치한 마닐라 시내의 호텔에는 입구에서 X-레이 검색장비가 설치돼 있다. 마닐라의 한 교민은 "총기 소지 문제 때문에 공공기관은 당연하고 심지어 학교에 들어갈 때도 소지품 검사 등이 일상화 돼 있다"고 전했다.

12일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필리핀 정부가 제공한 BMW 차량을 경호차량으로 사용했다. 한국 번호판을 단 경호차량이 아직 필리핀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태화 기자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 경호처에서 현대 제네시스 차량 3대를 경호차량으로 구입했는데 이번에는 가져오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이번 동남아 방문 과정에서 자동차 관련 투자건도 포함돼 있었는데 아쉬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호처는 문 대통령의 경호차량 공수 방식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유튜브엔 공군 수송기에 문 대통령의 차량으로 추정되는 물품이 실리는 동영상이 ‘희귀영상’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해외 순방에 전용헬기 ‘마린원’을 비롯해, 전용차 ‘비스트(The Beast)’로 불리는 전용차를 공수해와 현지에서 사용한다. 미국은 이번 아시아 순방과정에서 전용차를 수송기에 싣는 동영상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다낭·마닐라=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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