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조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액이다. 그중 34조원은 '여성'을 위해 쓰인다. 더 정확히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고,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사업에 반영된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성평등과 '젠더'(사회적 의미의 성) 문제에 대한 정책 개선 기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도 성인지(性認知) 예산서에 따르면 내년도 관련 예산 규모는 34조3961억원에 달한다. 41개 중앙관서의 345개 사업으로 정부 총지출의 8%에 이른다. 2017년도에 비해 사업 수는 5개 감소했지만 예산 규모는 4조8049억원(16.2%) 늘었다.
◇고용격차 해소 등 다양한 사업에 예산편성=성인지예산제도는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국가재원이 보다 '성평등' 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한다. 국가재정법에서도 이를 규정하고 있다. 예산과 정책을 실질적으로 변화시켜 보다 성숙한 양성평등 사회구조를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고용 격차 해소를 위한 △산업현장·공학분야 여성경력개발 지원 △여성 창업 및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활성화 사업 등에 2조3683억원, 일·가정 양립 확산을 위한 △수요자 요구에 맞는 보육 서비스 제공 △가족친화경영 사회적 공감대 확산 사업 등에 1조8584억원이 각각 편성됐다.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방향과 함께 △여성경제활동 촉진지원(533억) △여성과학인육성(167억) △여성기업육성(72억) 예산도 눈에 띈다. 전년대비 53% 증액된 여성과학인 육성지원 사업의 경우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여성 기업인의 해외진출 사업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또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과 인권 보장을 위해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성범죄자 처벌 및 피해자 지원 △가정폭력·성폭력 재발 방지 사업 등 예산이 전년대비 46% 증가한 1조380억원 반영됐다. 이 밖에 △공공·국제분야 여성참여 확대(76억원) △양성평등문화확산(92억원) △양성평등정책 추진기반 강화(98억원) 등도 있다.
◇女대상 강력범죄 증가에 안전예산 늘렸지만=여성가족부는 여성정책기본법에 따라 2009년부터 매년 분야별 성평등 지수를 발표한다. 2011~2015년 동안 대체적으로 지수가 개선됐으나 유일하게 안전 분야 지수가 2011년 64.2에서 2015년 55.4로 하락했다. 여성 대상 성폭력 등 강력범죄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내년도 성인지 예산서에 포함된 제1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사업 중 안전 분야 20개 세부사업에 1조365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262억원) △찾아가는 성폭력 예방교육(9억원) △아동·여성안전교육문화사업(30억원) △가정폭력·성폭력 재발방지사업(28억원)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221억원) △성폭력피해자 전문가참여제(7억원) 등이다.
그러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다수 사업이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의 사후 구제에 치중돼 폭력을 사전 예방하는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성별 수혜 분석이나 성과 목표가 적정하지 못해 성평등 제고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전 분야 사업 외에도 성인지예산 전반적으로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 국회 심사 과정에서 일부 예산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성인지 예산제도는 2009년부터 시행된 후 9년 동안 예산 규모가 4배나 늘었지만 대상 사업 선정과 성과 목표 설정의 적정성이 아직 미흡하다"며 "일부는 부적절한 사업 방식으로 남녀간 역차별을 파생시키거나 성평등 제고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질적 성장 면에선 부족함이 있다"고 말했다.
조철희 기자 samsar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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