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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사설] 4대강 물 다 흘렸다가 내년 농사 망치면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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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대강 보 16개(洑) 가운데 14개의 수문을 13일부터 단계적으로 상시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6월 보 개방으로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겠다며 여섯 보를 부분적으로 개방했다. 그러나 보 개방 후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藍藻類)가 준 곳도 있지만 는 곳도 있는 등 엇갈리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자 보와 수질 사이의 더 명확한 인과관계를 확인하겠다며 수문을 활짝 열겠다고 한 것이다.

늦가을부터 봄까지는 비가 오지 않는 갈수기(渴水期)다. 이 때문에 여름~초가을 우기와 태풍 때 댐에 넉넉한 물을 가둬둔 후 이 물을 조금씩 흘려 겨울철 수질을 관리하고 봄철 영농기 농업용수를 확보한 것이 지금까지 댐·보를 관리한 방식이었다. 벌써 4대강 인근 농민들은 내년 봄에 어떻게 농사용 물을 댈 것인지 걱정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수질을 악화시켜 강의 친수(親水) 기능을 약화시켰는지 모르지만, 홍수 피해를 막는 치수(治水)와 농업용수 등 물을 공급하는 용수(用水) 기능은 크게 강화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4대강 개조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4대강 사업까지 적폐(積弊)로 규정하고 보를 다 뜯어내겠다고 벼르는 것은 더 경솔하고 황당한 일이다. 정부는 보 전면 개방으로 논밭이 메말라 버리거나 홍수가 나면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지겠다는 것인지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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