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여권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洪대표 "단합된 힘으로 싸우자"]
'앙숙 동맹' 이끌어 막부체제 끝낸 일본의 사카모토 료마 거론하며
친이·친박 뛰어넘는 단결 호소
"계파간 감정의 골 너무 깊어 뭉치긴 쉽지 않을 것" 전망도
한국당, 여권의 적폐 리스트에
"우파 궤멸 노린 대대적인 숙청… 완장의 狂氣가 점입가경" 반발
자유한국당 홍준표〈사진〉 대표가 현 여권(與圈)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에 맞서 "구(舊)여권이 총결집해 맞서 싸우자"고 했다. 현 여권이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주요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는 만큼 보수가 하나의 진지(陣地)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당내 친이(親李)·친박(親朴) 갈등이 여전해 이 같은 구상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홍 대표는 지난 11일 페이스북 글에서 "내부 정비부터 하고 단합된 힘으로 대여 투쟁에 나서야 한다면 기꺼이 그 길을 통해 내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막부 체제를 종식시키고 대정봉환(大政奉還·1867년 도쿠가와 막부가 일왕에게 통치권을 돌려준 사건)으로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도 있는데 나는 23년을 정치하고도 아직도 좌우 대결의 한축에 서서 갈 길을 헤매고 있다"고도 했다.
홍 대표의 이런 언급은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에 걸쳐 안보 사령탑을 맡았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 조작 활동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날 아침에 나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 리스트라며 전(前)·전전(前前) 정부 주요 인사를 망라한 이른바 '적폐 청산 문건'을 만든 사실도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홍 대표가 도쿠가와 막부 타도를 이끌어낸 사카모토 료마를 거론하며 내부 단합을 강조한 것은 현 정부에 맞서 보수·우파 대결집을 호소한 것이다. 료마가 서로 앙숙으로 대립했던 사쓰마번(薩摩藩)과 조슈번(長州藩) 동맹을 이끌어낸 것처럼 구여권 세력을 양분했던 친이·친박의 결집을 통해 현 여권에 대항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홍 대표는 최근 당내 친박계 반발 속에서도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옛 친이계 출신이 주축인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의 복당을 밀어붙였다. 홍 대표 측 관계자는 "현 여권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가 전 정부를 넘어 전전 정부로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선 구여권이 한데 뭉쳐 싸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홍 대표는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와의 통합도 추진하고 있다. 홍 대표와 이 대표는 최근 만나 "야당이 제대로 서야 정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는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문 정부의 적폐 청산은 정치 보복'이라고 한데 대해 논평을 통해 "당이 지금까지 이야기해온 것과 같다"며 "적폐 청산을 빙자한 초법적인 정치 보복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김관진 전 장관 구속과 민주당의 적폐 청산 문건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정용기 원내대변인은 김 전 장관 구속과 관련해 "현 여권이 우파 궤멸이란 목표를 세우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일했던 사람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장제원 당 정치보복대책특위 대변인은 "(현 여권의) 적폐 청산 가이드라인 문건까지 터져 나오는 등 완장의 광기가 점입가경"이라며 "민주당은 조잡한 삼류 시나리오를 즉각 소각하고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적폐 청산 문건에서 한국당 주요 광역단체장 이름을 적시하는 등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염두에 두고 보수 궤멸을 도모하는 게 분명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친이계와 친박계가 구원을 털고 뭉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여권 관계자는 "보수 정부 시절 사생결단으로 싸운 친이·친박계가 함께 뭉치기엔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며 "자칫하면 서로 책임을 따지는 적전 분열 양상으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친박 일부 인사는 "탄핵에 찬성하며 탈당했던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복당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13일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홍 대표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이날 의총에 참석해 단합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홍 대표가 당사에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존영(尊影)을 걸기로 한 것도 일단 보수·우파가 동의할 수 있는 상징적 인물들을 통해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는 뒤로 미뤄두고 공통점을 찾자)하자는 것"이라며 "홍 대표가 출당을 추진했던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언급을 최근 자제하고 내부 단합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차원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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