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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사우디, 예멘 수도 두차례 폭격… 걸프만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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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사우디·시아파 이란 갈등 격화… 일촉즉발 중동]

- 사우디·이란, 예멘에서 대리전

일주일전 親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에 쏜 미사일 '이란産' 판명

사우디가 이 사실 알고 보복 단행

- 레바논·예멘 등 곳곳이 화약고

사우디, 자국민 레바논 탈출명령… 바레인·시리아서도 날 선 대립

사우디아라비아가 10일(현지 시각)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에 대해 기습적으로 공습을 가했다. 이슬람 양대 종파 중 수니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와 시아파 중심 국가인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사우디가 무력 공격에 나서자 중동 정세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를 주축으로 하는 수니파 연합군은 이날 예멘의 후티 반군 지도부가 있는 수도 사나의 국방부 건물을 향해 두 차례 공습을 실시했다. 국방부뿐 아니라 인근 주거 지역까지 폭격을 가해 최소 3명의 민간인이 부상을 입었다.

예멘은 이란과 가까운 후티 반군이 사나와 대부분의 영토를 차지하고 있고, 사우디는 후티 반군에 밀려난 예멘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예멘 내전이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인 셈이다.

이날 사우디가 기습 공격을 가한 것은 지난 4일 후티 반군이 수도 리야드를 향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당시 사우디는 리야드국제공항 상공에서 탄도 미사일을 요격해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군사 보복을 예고했다. 이후 일주일 만에 지나 후티 반군의 심장부를 공습한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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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공습에 나선 이유는 후티 반군이 발사했던 탄도 미사일이 이란산(産)이라는 증거가 포착된 것이 결정적이다. 제프리 하리지언 미 공군 중부사령관은 이날 두바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리야드에 떨어진 탄도 미사일 잔해에서 이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표식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가 나오자마자 사우디는 즉각 후티 반군을 향해 군사행동을 실행에 옮겨, 이란을 향해 경고성 무력 시위를 벌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예멘 못지않게 사우디와 이란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나라는 레바논이다. 레바논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4일 친(親)사우디 성향의 사아드 앗딘 라피크 알 하리리(47) 레바논 총리가 사우디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란이 헤즈볼라를 앞세워 내정 간섭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돌연 총리직 사임을 발표했다.

하리리의 사퇴를 놓고 사우디와 이란은 서로를 비난하는 설전(舌戰)을 벌였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 9일 레바논에 체류 중인 자국민들에게 "헤즈볼라의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 레바논에서 출국하라"는 긴급 경보를 발령했다. 사우디와 동맹 관계인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바레인도 레바논에 체류 중인 자국민들에게 출국 명령을 내렸다.

예멘, 레바논 이외의 지역에서도 전선(戰線)이 생기고 있다. 11일 영국 BBC는 이란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에 군사용 복합시설을 짓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反)이란 진영은 이란이 시리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기지를 만드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10일에는 바레인에서 송유관 폭발 사건이 발생했는데, 바레인은 "이란의 지시를 받은 테러리스트의 행위"라고 비난했고 이란은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중동 정세는 사우디·이란의 갈등 속에 이스라엘까지 개입되면서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싱크 탱크들은 친미(親美) 성향의 사우디가 역시 미국과 관계가 돈독한 이스라엘과 손을 잡고 이란을 고립시키려 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9월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스라엘을 비밀리에 방문했다는 AFP통신 보도가 나온 이후 '사우디·이스라엘 간 비밀 연계설'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서방국가들은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진화에 나섰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중동 국가들은 레바논 정부의 독립성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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