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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동서남북]​그거 허리디스크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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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얼마 전 허리디스크와 강직척추염을 혼동해 이를 방치했다가 허리를 제대로 굽히지 못하는 정도로 진행된 20대 환자가 병원을 방문했다. 그는 1년 전부터 오랫동안 한 자세로 누워 있거나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와 엉치뼈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지만, 잘못된 자세로 인한 허리디스크로 오인해 이를 방치했다. 그러나 더 이상 허리를 굽히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방문했는데, 이미 강직증상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강직척추염은 흔히 허리디스크와 많이 혼동되는데, 잘못된 자세나 연골의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허리디스크와 달리 우리 신체의 면역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허리가 점점 굳어가는 강직척추염은 허리디스크와 증상이 유사하게 나타나지만 디스크와 달리 방치하면 척추 변형 등의 심각한 증상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질환과 혼동하지 않고 올바른 관리와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허리디스크는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데 반해, 강직척추염은 대부분 40세 이전에 발병한다. 그러나 젊은 층은 비교적 허리나 관절에 대한 관심이 낮으며 갑자기 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디스크와 달리 강직척추염은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통증이 진행되므로 이를 과로나 근육통으로 여겨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

강직척추염과 허리디스크를 구분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언제 통증이 강하게 나타나는지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허리디스크는 운동을 할수록 허리 통증이 심해지며 쉬거나 누워 있을 때 통증이 완화되는 반면, 강직척추염은 움직일수록 통증이 감소하고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누워 있을수록 통증이 심화된다. 무엇보다 강직척추염은 자가면역체계 이상으로 허리 통증 외에도 무릎 관절이나 엉치뼈 등의 통증이 동반할 수 있으며, 눈이 충혈되는 포도막염, 혈변, 복통이나 설사, 숨이 차거나 기침이 나는 증상, 전립선염 등의 다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정확하게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전문 내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척추가 딱딱하게 굳어 이어지는 강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관절이 변형되기 시작하면 치료나 수술을 통해서도 원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우며, 평생 허리를 펴지 못해 장애 진단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질환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질병 진행을 늦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일상과 사회생활도 가능하다.

치료에는 소염진통제, 경구용 항류머티스제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제제 등이 사용된다. 증상이 충분히 호전되지 않으면 종양괴사인자(TNF- α)를 억제하는 생물학적제제 등을 사용한다. 강직척추염은 만성 질환으로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제를 선택할 때에는 포도막염이나 건선·염증성장질환 등 동반되는 질환을 고려해야 하며, 전 세계적으로 풍부한 연구 데이터를 갖춘 치료제를 선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이정수 기자 leejs@ajunews.com

이정수 leejs@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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