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길 공항서 “개혁 아닌 감정풀이”… 댓글 보고받았나 묻자 “상식 안맞다”
MB측 “김관진 구속, 심각히 인식”
이 전 대통령은 12일 초청 강연차 2박 4일 일정으로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 풀이냐, 정치 보복이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것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외교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전 세계 경제 호황 속에서 한국 경제가 기회를 잡아야 할 시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군과 국가정보원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군의 조직이나 정보기관의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이 현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퇴행적 시도는 결국 성공하지 못한다”고 한 지 45일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참모는 “소감만 간단히 말하려고 했는데 김 전 장관의 구속을 계기로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군 사이버사령부와 국가정보원의 댓글 활동 보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정색하며 “상식에서 벗어난 질문은 하지 말라. 그것은 상식에 안 맞다”고 일축했다.
이 전 대통령의 바레인 방문을 수행한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며 “북한의 심리전이 날로 강화되는 주요 전장에서 불가피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이버사 인력) 증원을 허가한 걸로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정치 보복 프레임에 말려들 것을 우려한 듯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과 관련해 ‘개인에 대한 책임 처벌이 아니다. 불공정 특권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만 말했다.
영종도=송찬욱 song@donga.com / 유근형·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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