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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고용 늘리는 기업엔 공장증설 제한 완화… 일자리 규제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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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옴부즈만, 60건 규제개선 추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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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의 식품제조업체 대표 A 씨는 제품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공장 증축과 직원 추가 채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상황을 알아본 뒤 어쩔 수 없이 증축 및 채용 확대 계획을 없던 일로 했다.

A 씨가 공장 증축 및 추가 채용을 포기한 것은 토지 규제 때문이다. A 씨가 공장을 처음 세운 1993년에는 해당 지역이 건폐율(대지 대비 건물 면적) 40%를 적용받는 ‘계획관리지역’이었다. 하지만 이곳이 2009년부터 건폐율 20%를 적용받는 ‘보전관리지역’으로 바뀌면서 공장 증축이 규정상 불가능하게 됐다. A 씨는 “이렇게 쉽게 토지 용도가 바뀔 줄 알았다면 애당초 공장을 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앞으로 A 씨처럼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해 공장 증설 등 각종 제한을 완화하는 규제 개선을 검토한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이달 초 기획재정부와 함께 핵심 일자리 규제 60건을 발굴해 각 부처에 전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당국 차원에서 구체적인 개별 규제를 선정한 뒤 개선 작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기옴부즈만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에 대한 규제 및 애로사항을 찾아 개선하는 정부기관으로 국무총리가 ‘옴부즈만’을 위촉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속이지만 부처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는 독립기관이다.

중기옴부즈만의 제안은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해 기존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를 완화하고, 추가 고용을 막는 규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덩치가 큰 기업에 꼭 규제를 적용하겠다면 근로자 수 대신 매출액 규모 같은 다른 잣대를 들이대자는 구체적인 제안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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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 기업에 한해 건폐율 제한을 낮춰 적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A 씨의 경우처럼 일자리 늘리기에 나서는 사업자의 기존 공장에 한정해서라도 건폐율 규제를 완화해 적용하자는 게 중기옴부즈만의 생각이다. 공장 신설보다 기존 시설 증설이 상대적으로 쉬운 만큼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관련 규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고치면 가능한 일이다.

진입도로 확보 규제 역시 일자리 창출 기업에 완화해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013년 12월 개정된 국토교통부 훈령(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에 따라 공장을 신설할 때는 연면적에 따라 진입도로 4∼8m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국토부는 “당시 지침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 지방자치단체와 허가 신청자 간에 분쟁이 잦았다”며 규정을 세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규제는 2013년 12월 이전에 공장을 지은 사업자에게는 사업 확대 및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이 밖에 중기옴부즈만은 △산업단지 입주 △외국인근로자 허용 인원 확대 △폐기물부담금 면제 등을 고용창출 기업에 완화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규제 완화가 특정 사업자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런 지적까지 감안해 시범적인 규제 완화만큼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9월 신산업 분야에서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 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중기옴부즈만 측은 “당초 규제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사람을 덜 뽑아 규제를 피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규제 기준을 근로자 수 대신 매출액 규모 등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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