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버스 12월 첫 시범운행… 개발 총괄한 이경수 서울대 교수
이경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자율주행버스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자율 주행버스는 버스 운행에 필요한 교통 인프라 전체를 수출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다음 달부터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자율주행 기술로 움직이는 버스가 국내 처음으로 운행을 시작한다. 자율주행버스는 경기도가 조성 중인 자율주행자동차 실증 실험단지 ‘판교제로시티’와 판교역을 잇는 2.5km 구간을 왕복한다. 국내에서 자율주행버스가 도로를 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첫 자율주행버스는 이달 16∼18일 판교에서 열리는 ‘2017 판교 자율주행모터쇼’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자율주행모터쇼는 경기도와 서울대가 공동 주최한다. 자율주행버스를 비롯해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미래 모습을 보여주는 행사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관련 포럼을 열 예정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자율주행버스 개발을 총괄한 이경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자율주행버스는 서울 같은 대도시의 교통 체증을 줄여주고 공간 효율성을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에서 첫발을 내딛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나라 전체의 교통 환경을 개선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서울 4대문 안에서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하는 모습을 예로 들었다. 기존에 버스와 지하철이 가지 않는 지역에 자율주행버스를 다니게 하면 대중교통망은 그만큼 촘촘해진다. 앞뒤 구분이 없는 자율주행차는 유턴이 필요 없다. 크기도 작아 좁은 길을 다니기에 안성맞춤이다. 자율주행버스를 통해 대중교통이 닿는 영역이 확대될수록 사람들은 개인용 자동차 이용을 줄이게 된다. 도로는 그만큼 한산해진다. 도심에서 주차장으로 쓰였던 공간들은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판교 시범 운행을 시작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실증 실험이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대 캠퍼스도 그중 하나다. 출근과 등교가 몰리는 아침에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30분씩 기다리는 반면에 낮에는 사람을 한두 명만 태운 버스가 교내를 돌아다닌다. 이 교수는 “자율주행버스는 시간대별로 이용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행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무인 버스라 운전자가 없으므로 운영비 부담도 작다. 서울대는 새로 조성하는 시흥캠퍼스를 비롯해 캠퍼스 곳곳에서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고 이에 적합한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프랑스 툴루즈에 있는 자율주행버스 개발회사 ‘이지마일’이 실험 중인 자율주행버스. |
한국보다 앞서 자율주행버스 개발과 운행에 나선 나라들은 활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자율주행버스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랑스 기업 ‘이지마일’의 그자비에 살로르 세일즈 매니저는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 동아시아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율주행버스는 대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이나 산간 지방에서도 활용도가 높다”고 했다.
몸집이 큰 버스가 다니기에 도로 사정이 나쁘고 버스 운영의 경제성도 없는 낙후된 지역일수록 자가용 의존도가 높다. 이럴 때 자율주행버스는 자가용이 없는 저소득층과 운전이 힘든 장애인 및 노약자에게 편의를 줄 수 있다. 또한 공장 단지에서 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을 오가는 버스로 운행해 안전도를 높이거나 동물원 주요 지점을 순회하는 관광용 버스로도 활용 가능하다.
공개를 앞둔 자율주행버스는 아직 실물이 노출되지는 않았다. 개발자들에 따르면 해외에서 이미 운행 중인 자율주행버스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핀란드 독일 싱가포르 두바이 등에서 운행 중이거나 운행 프로젝트를 마친 자율주행버스는 앞뒤가 똑같은 모양이다. 12인승이며 최대 시속 4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자율주행버스는 같은 구간을 반복하는 주행이지만 일반 자동차들과 섞여 일반 도로를 달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율주행 기술 단계로는 무인 주행이 가능한 4단계에 해당한다. 하지만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보조 운전자가 탑승할 예정이다. 주행은 앞으로 2년 동안 매일 일반인들을 태우고 이뤄진다.
한국에서 자율주행버스 도입이 늦어진 건 자율주행차 기술력 자체가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자율주행차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은 자율주행차 개발 수준이나 관련 제도 등 모든 면에서 뒤처진 건 사실이지만 단기간에 기술을 응집해 따라잡는 한국의 특기를 살리면 아직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