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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중동 불안에 국제유가 요동… 휘발유값 15주째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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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둘러싼 중동 정세가 어수선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이란에서 무기를 공급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예멘 반군(叛軍)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우디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10일 예멘 반군에 대해 공습을 가했다. 또 9일 사우디 정부는 레바논에 머무는 자국민들에게 서둘러 출국하라고 명령했다. 레바논은 이란 지원을 받는 무장 정파 헤즈볼라 근거지. 자칫 자국민들이 헤즈볼라 공격 대상이 될까 우려한 조치다. 해묵은 이란과 사우디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사우디 국내 정세도 혼돈 속에 빠져 있다. 사우디 실권을 쥐고 있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4일 왕위 계승권을 놓고 경쟁했던 압둘라 전 국왕 아들 무타입 빈압둘라 국가보위부 장관을 비롯, 왕자 11명과 전·현직 장관, 종교인 수십 명을 긴급 체포했다. 정적(政敵)을 확실하게 숙청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한 셈이다.

세계 원유 매장량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동 정세가 이처럼 혼란에 빠지자 중동산 두바이유는 6일 배럴당 60.58달러를 기록, 2년 6개월 만에 60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원유 수입량 가운데 84%를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 가격이 오르자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유가, 2년 반 만에 최고치

국제 유가는 8월까지만 해도 40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9월 들어 50달러로 올라섰다. 미국·중국 등 주요 석유 소비국 경기 회복세로 원유 수요가 늘어난 반면 석유수출국기구가 올 1월 시작한 감산(減産)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중동 내 지정학적 불안으로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유가가 더 뛰고 있는 것이다.



국내 석유 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11월 둘째 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1주일 전보다 L(리터)당 4.1원 오른 1512.1원을 기록, 15주 연속 올랐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4.5원 상승한 1304.1원으로 1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유가가 앞으로도 오름세를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원유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워 국제 유가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와 시포트글로벌증권 등 금융회사들은 유가가 단기적으로 7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오르면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이 늘어나 유가 상승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내년 초에는 50달러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셰일오일 업체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유가는 대략 배럴당 45~50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유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지난주 미국 셰일오일 채굴 장비 수는 738개로 1년 전보다 60% 이상 늘었다.



조선비즈


정유업계, 정제 마진 영향 우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4개 정유사가 올 3분기까지 올린 영업이익은 5조6255억원. 사상 최대 연간 영업이익을 냈던 작년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5조6862억원)과 맞먹는다. 정유업체 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제 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수송비 등 비용을 뺀 중간 이윤)이 좋았기 때문이다. 3분기까지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면서 원재료 값은 안정적 흐름을 보였는데 세계 경제 회복세로 수요가 늘었고, 지난 8월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영향으로 텍사스 지역 정제 설비 약 20%가 가동을 멈추면서 세계 석유 제품 공급이 줄어든 덕분이다. 그 결과 3분기까지 국제 정제 마진은 손익분기점을 웃돌아 배럴당 8~9달러에 달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내심 연간 영업이익이 작년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국제 유가 상승세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는 데는 40일 정도 걸리는데, 유가가 오를 경우 정유 제품을 팔 때 유가 시세에 맞춰 값을 높이 받아 단기적으로는 '시차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하지만 60달러를 돌파해 고유가로 접어들면 원가가 올라가고 석유 제품 수요가 떨어져 정제 마진이 하락해 영업이익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범 기자(sb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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