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둘러싼 중동 정세가 어수선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이란에서 무기를 공급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예멘 반군(叛軍)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우디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10일 예멘 반군에 대해 공습을 가했다. 또 9일 사우디 정부는 레바논에 머무는 자국민들에게 서둘러 출국하라고 명령했다. 레바논은 이란 지원을 받는 무장 정파 헤즈볼라 근거지. 자칫 자국민들이 헤즈볼라 공격 대상이 될까 우려한 조치다. 해묵은 이란과 사우디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사우디 국내 정세도 혼돈 속에 빠져 있다. 사우디 실권을 쥐고 있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4일 왕위 계승권을 놓고 경쟁했던 압둘라 전 국왕 아들 무타입 빈압둘라 국가보위부 장관을 비롯, 왕자 11명과 전·현직 장관, 종교인 수십 명을 긴급 체포했다. 정적(政敵)을 확실하게 숙청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한 셈이다.
세계 원유 매장량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동 정세가 이처럼 혼란에 빠지자 중동산 두바이유는 6일 배럴당 60.58달러를 기록, 2년 6개월 만에 60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원유 수입량 가운데 84%를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 가격이 오르자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유가, 2년 반 만에 최고치
국내 석유 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11월 둘째 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1주일 전보다 L(리터)당 4.1원 오른 1512.1원을 기록, 15주 연속 올랐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4.5원 상승한 1304.1원으로 1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정유업계, 정제 마진 영향 우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4개 정유사가 올 3분기까지 올린 영업이익은 5조6255억원. 사상 최대 연간 영업이익을 냈던 작년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5조6862억원)과 맞먹는다. 정유업체 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제 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수송비 등 비용을 뺀 중간 이윤)이 좋았기 때문이다. 3분기까지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면서 원재료 값은 안정적 흐름을 보였는데 세계 경제 회복세로 수요가 늘었고, 지난 8월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영향으로 텍사스 지역 정제 설비 약 20%가 가동을 멈추면서 세계 석유 제품 공급이 줄어든 덕분이다. 그 결과 3분기까지 국제 정제 마진은 손익분기점을 웃돌아 배럴당 8~9달러에 달했다.
김승범 기자(sbkim@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