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오롱의 생명공학 자회사인 티슈진은 코스닥 상장 이틀 만인 지난 7일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신라젠·CJ E&M에 이어 단숨에 코스닥 시가총액 5위로 뛰어올랐다. 이로써 1996년 코스닥 설립 이후 처음으로 시가총액 상위 5위권을 CJ E&M을 제외하고는 바이오 기업들이 휩쓸었다. 시가총액 10위권으로 확대하면 메디톡스(7위·주름 개선제), 바이로메드(9위·유전자 치료제), 코미팜(10위·동물용 의약품 생산), 휴젤(12위·주름 개선제) 등이 추가된다. 이 바이오 기업들의 활약으로 코스닥 지수는 지난 10일 2년 3개월 만에 720선을 돌파했다.
◇바이오 기업, 코스닥서 IT 앞질러
현재 코스닥시장 내 바이오 기업의 총 시가총액 규모는 코스닥 전체의 30%를 넘는다. 바이오 업종은 지난 7월 말 시총에서 기존 강자였던 IT(정보기술) 업종을 처음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기업들의 코스닥 돌풍이 신약 개발 성공과 해외시장 개척 등 실적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거품과는 다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티슈진은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퇴행성 무릎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의 판매 회사이자 개발사다. 인보사는 19년간의 노력 끝에 지난 7월 국내 29번째로 신약 판매 허가를 받아 지난 6일 국내에서 공식 출시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미쓰비시 다나베제약에 5000억원 상당의 기술 수출을 성사시켰다. 단일 국가에 대한 기술 수출로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규모다. 미국에서는 인보사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에 잇따라 성공하며 코스닥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사진은 코오롱생명과학 연구원이 바이오 신약 후보 물질을 연구하는 모습. /코오롱생명과학 |
신약 개발 기업 신라젠은 600명의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암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행을 앞두고 있다. 펙사벡은 유전자를 조작한 바이러스가 암세포만 공격하는 치료제다.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 끝에 시장 주도권을 거머쥔 바이오 기업들도 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기업인 셀트리온은 류머티즘 관절염 바이오 복제약인 램시마를 앞세워 지난 2분기 류머티즘 관절염 바이오 치료제 분야에서 유럽 점유율 46%를 기록해, 미국 얀센의 오리지널 약품인 레미케이드(30%)를 크게 앞섰다. 메디톡스는 국내 보툴리눔 독소 시장에서 '원조 보톡스' 기업 미국 앨러간을 누르고 1위(점유율 40%)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대부분의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성장 가능성만으로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면 지금은 실적이 바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바이오 투자 활성화해야"
최근의 폭발적인 성장에도 국내 바이오 주식들이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는 시각도 많다. 일부 상위 기업의 성과일 뿐 산업 전체로 보면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926개 바이오기업 중 매출 발생이 거의 없는 기업이 30.3%(281개), 손익분기점 미만 매출 기업 37%(343개)에 이른다.
반면 바이오 선진국에서는 글로벌 대기업이 바이오 기업에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인 투자를 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존슨앤드존슨과 프랑스 사노피 등 기존 제약 기업뿐 아니라 23앤드미(유전자 검사) 같은 실리콘밸리 바이오 벤처에도 투자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도 최근 암 치료제 개발 스타트업 쥬노 쎄라퓨틱스와 노화 방지 치료법 개발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나 국내 대형 제약사가 바이오 스타트업을 인수할 때 세제 혜택을 주는 식으로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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