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옹호' 트럼프 비판…"면죄부 준 셈"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러시아의 지난해 미국 대선개입 의혹, 즉 '러시아 스캔들'을 놓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해 전직 정보기관 수장들이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사실상 옹호하면서 미국의 전직 정보수장들을 '거짓말쟁이'로 규정하자, 곧바로 반박하며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12일(현지시간) CNN '스테이트 오브 유니온'에 출연해 "러시아에 의한 위협은 분명한데도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은 매우 명백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지 여전히 의아하다"고 거듭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레드카펫과 의장대, 공식 의전 등에 매우 민감한 것 같다"면서 "중국인과 러시아인들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종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CNN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러시아의 대선개입 이슈를 직접 거론하지 않고, 푸틴 대통령의 책임도 지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시스템과 민주주의 절차를 훼손하려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브레넌 전 국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조종 가능한 인물로 인식됐을 것"이라며 "국가안보 측면에서 매우 걱정스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정보기관을 이끌었던 클래퍼·브레넌 전 국장의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맞받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아시아 순방 일정의 하나로 베트남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에게) 다시 물어봤더니 그는 우리 선거에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진심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래퍼·브레넌 전 국장 등 전직 정보당국자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거짓말쟁이이며 폭로자들이라고 혹평했다.
이 같은 발언을 놓고 '푸틴 옹호'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하노이 기자회견에선 "우리 정보기관을 지지한다"고 한발 물러서면서도 "(과거 정보당국자가 아닌) 현재 구성된 정보기관을 특히 믿는다"고 말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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