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시행 이전 법 개정 추진
절차 엄격, 서류 복잡 … 시행착오 우려
중단 가능한 연명의료행위도
현재 4개서 추가할 수 있게 바꿔
박미라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12일 “사회적 합의기구인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에서 최근 처벌 조항을 1년 유예하도록 합의했다. 내년 2월 이전에 법을 개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달이나 내년 1월에 국회 의원입법 형태로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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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법 39조 1항은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이행의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을 이행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네 가지 요건이 맞는데도 계속 연명의료를 하거나, 요건이 맞지 않은데 중단(유보)할 경우가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경우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의사가 개인 소신을 이유로 연명의료 중단을 거부하면 다른 의사로 바꿀 수 있다. 임종환자 연명의료 중단을 두고 의사가 처벌받은 전례도 없다.
그런데도 ‘처벌 연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의료계가 처벌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연명의료 중단 절차는 매우 엄격하다. 서류도 복잡하다. 의사들이 이런 것을 잘 모른다. 교육이 절실하다. 지난해 2월 법령 공포 후 국가연명의료관리기관을 일찌감치 지정해 준비했어야 하는데 8월에서야 시작했다. 또 심폐소생술 금지 요청서(DNR)가 법률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이 2009~2013년 임종환자 635명을 조사해 보니 99.4%가 가족이 DNR에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내년 2월 법이 시행되면 가족이 서명한 DNR 때문에 의사가 처벌받을 걸 우려해 오히려 연명의료를 더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임종 환자 본인만 서명하도록 돼 있다. 아직은 낯설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사전의향서(주로 건강한 사람이 작성)는 977명이 작성했지만 연명의료계획서는 4명만 서명했다. 허 교수는 “영국·호주·캐나다 등에서는 DNR뿐만 아니라 연명의료계획서도 대리인 작성을 허용한다”고 말한다.
연명의료 중단은 임종 문화의 틀을 바꾸는 것이어서 낯설 수밖에 없다. 처벌 유예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렇다고 연명의료계획서의 대리인 작성을 허용하거나 DNR을 연명의료법에 포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현호 법률사무소해울 대표 변호사는 “연명의료계획서에 가족의 대리 서명을 허용하면 환자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려는 법률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법의학) 교수는 “미국 뉴욕주를 비롯한 선진국은 ‘환자 의사를 존중해 연명의료를 하지 않는다’는 큰 원칙만 정한다. 의사의 처벌 규정을 둔 데가 별로 없어 우리의 경우 준비를 위해 처벌을 1년 유예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법률이 많이 알려지면 연명의료계획서를 활용하는 의사가 늘어나 서서히 정착할 것”이라며 “DNR은 의료행위의 일부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관행으로 인정하면 되지 굳이 법에 담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병원마다 서식·내용이 다른 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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