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은 문제 해결 능력과
도덕적 정당성·리더십 갖춰야
비판적 대안 가진 인재 등용해야
국정 운영 정상화되고 탄력 붙어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2018년도 한국거버넌스학회장 |
최근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7급 행정직 공무원 경쟁률과 전라북도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다. 다른 하나는 요즈음 공직 인사 채용 비리와 관련해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된 공공기관의 숫자다. 숫자가 보여주듯 공공부문 선호도가 높아지며 공공조직 존립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공공가치(public value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공가치는 지방정부나 중앙정부 등 공공조직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범적 기준을 제공해 준다. 케인지언(Keynesian)은 공공재, 외부효과, 정보의 비대칭성, 소득의 불공정성 등으로 시장 실패가 존재하는 경우 정부 개입의 정당성을 설파한다. 하지만 무어(M. Moore)나 보즈먼(B. Bozeman) 등 공공가치론자들은 시장기구가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가져오는 경우에도 공공가치 실현이라는 공공조직의 사명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하면 공공가치론자들은 공공조직이 존재하는 근본적 이유를 공공가치의 실현에 두고 있다.
공공가치는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첫째, 공공부문의 사회 기여와 연계된 가치들이다. 공동선, 인간의 존엄성, 지속가능성, 미래세대의 목소리 등이다. 둘째, 다양한 이해관계를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가치들로 다수결의 원리, 소수자와 개인의 권리 보호 등이다. 셋째, 공공행정과 정치인을 연결하는 가치들로 정치적 충성심, 책임성, 반응성 등이 있다. 넷째, 공공행정과 외부환경과 연계된 가치로서 정치적 중립성, 당사자 간 타협, 이익의 균형화 등이 포함된다. 다섯째, 공공행정 조직 운영이나 공공조직 구성원의 행태와 관련된 가치들로 혁신, 열정, 효율성, 신뢰성과 책임성, 정직성, 직업윤리의식 등이 있다. 끝으로 공공행정과 시민과 연결된 가치로 동등하고 공정한 대우 등을 들 수 있다.
시론 11/13 |
국민은 최근 공공가치 실현에 실패한 사례를 목격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대통령 등 핵심 고위공직자들의 저열한 행태에서, 서울대 등 주요 대의 수시모집 선발 과정에서 ‘부모의 직업’란 기재 사례에서,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찬반 논란 사태에서 인간의 존엄성, 동등한 대우, 공동선이나 소수자의 보호, 이익의 균형화 등과 같은 공공가치가 국가나 사회 공동체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얼마나 요긴한지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국정 운영의 핵심 과제로 정하고 공공가치의 구현에 정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치 개입 차단(정치적 중립성 공공가치), 방위산업 비리 척결(공정성 공공가치), 공공기관 입사 과정에서의 블라인드 방식의 채용 절차(동등한 대우 공공가치) 등이 그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주요 공공기관장의 인선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다. 이때 방점을 두어야 할 대목은 공공기관장 후보가 공공가치를 실현하는 데 얼마나 적합한 인물인지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하는 일이다.
공공기관장 인선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철학이나 이념)을 이해하면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인사여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살아 온 삶의 과정이나 궤적이 도덕적 정당성과 윤리적 리더십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친문 위주의 인재 추천·임용’이라는 폐쇄적 틀에서 탈피해야 한다. 나아가 비판적·건설적 대안을 가진 ‘캠프 밖’의 다양한 인재들을 폭넓게 등용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 같은 공공가치를 반영한 고위직 인선 기준을 충실히 실천할 경우 국정 운영에 탄력이 붙고 국정 정상화의 길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2018년도 한국거버넌스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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