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정 내셔널 부데스크 |
직지(直指)를 인쇄한 흥덕사가 있던 충북 청주에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ICDH·이하 유산센터)가 2019년 들어선다.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6일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승인됐다. 유네스코와 정부는 내년 2월께 유산센터 건립을 위한 협정을 체결한다. 유산센터가 설립되면 지구촌 기록 유산의 보존 및 정책 연구, 기록물 관리,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의 일을 하게 된다. 유산센터는 유네스코의 ‘카테고리2’ 기구에 속한다. ‘카테고리2’는 유네스코가 직접 예산을 지원해 운영하는 ‘카테고리1’과 달리 해당 기구를 유치한 국가가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한다. 청주시가 260억원가량의 유산센터 건립 비용을 부담하고, 국가기록원은 운영비를 지원한다.
유산센터 설립엔 여러 사전 작업이 있었다. 청주시는 지난해 9월 직지페스티벌을 찾은 프랑크 라뤼 유네스코 사무총장보에게 유산센터 설립 의사를 밝히며 협조를 구했다. 국가기록원은 올해 3월 유네스코에 설립 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런 노력도 노력이지만 유산센터 유치의 일등 공신은 ‘직지’와 같은 세계적인 기록 유산 그 자체다. 직지는 고려 말 백운화상(1299∼1374)이 부처님과 고승의 가르침을 모아 편찬한 것으로 제자들이 우왕 3년(1377년) 간행했다.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1455년)보다 78년 앞선다. 유네스코는 1992년부터 ‘세계기록유산사업’을 진행해 왔다. 현재 426건이 등재돼 있다. 한국은 ‘조선통신사기록물’ 등 16건이다. 독일(23건), 영국(22건), 폴란드(17건)에 이어 4위다. 중국(13건), 일본(7건)을 앞선다.
한국·중국 등 8개국 시민단체가 추진해 온 ‘위안부 기록물’은 일본의 공세로 최근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보류됐다. 유산센터가 세계기록유산 선정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록유산 업무 전반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예전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청주는 ‘직지의 도시’를 넘어 ‘세계 기록의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좋은 일이다. 다만 유산센터 유치를 계기로 우리의 기록물 관리 체계를 세세히 살펴봤으면 한다. 탄핵과 정권교체 과정에서 대통령 기록물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는지 여실히 봤다. 지구촌 기록유산 관리를 선도하겠다는 나라로서는 더 부끄러운 일이다.
염태정 내셔널 부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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