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유 논설위원 |
원격교육은 1890년대 미국의 우편교육이 그 시초다. 학습지나 학력보충용 시험지를 우편으로 주고받는 형태였다. 당시로선 획기적이었지만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컸다. 지금은 별천지다. 초·중·고용 온라인 강의가 지천인 데다 세계의 대학들은 국경 없는 강의 경쟁을 벌인다. 2011년 스탠퍼드대 등이 강좌를 온라인에 개방하면서 본격화한 무크는 2012년 출범한 ‘빅3’가 세계를 지배한다. 벤처기업이 세운 유다시티(Udacity), 실리콘밸리 기업이 투자한 코세라(Coursera), 하버드대와 MIT가 주축인 에드엑스(edX)다. 빅3의 유명 강좌 수만 3500개가 넘는다.
무크는 거침이 없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증강현실·클라우드를 망라한 4차 산업혁명 영역까지 파고든다. 유다시티의 단기 직무교육과정인 ‘나노디그리(Nano-degree)’가 선두다. 나노는 학습 내용 세분화와 단기화를, 디그리는 기업의 인증을 의미한다. 유다시티는 구글·IBM 등 30개 기업과 함께 18개 과정을 운영한다. 수강료는 월 200달러 정도로 철저한 직무교육이 특징이다.
교육부가 그걸 벤치마킹해 ‘한국형 나노디그리’ 도입을 선언했다.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이 6개월 내외의 과정을 이수하면 취업 때 우대한다는 거다. 내년부터 교육기관과 기업이 전문 과정을 운영하도록 예산도 지원한다. 기업은 맞춤형 인재를 확보하고, 구직자는 실력을 쌓을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논리다.
취지는 좋은데 취준생들은 불안해한다. 스펙을 안 보겠다더니 취업 9종 세트에 이름도 생소하고 어려운 나노디그리까지 더하면 10종 세트가 될 거란 얘기다. 수강료를 내야 해 ‘유전(有錢) 스펙’이란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취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저렴하게 배울 수 있어 쓸데없는 스펙 쌓기가 사라질 거라고 장담한다. 제발 그리됐으면 좋겠다.
양영유 논설위원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