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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뉴스분석] 청와대가 밝힌 문 대통령 방중 … 중국 발표엔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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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입장 온도차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1일 베트남 다낭 정상회담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의 ‘공식 해빙’ 선언으로 볼 수 있다.

양 정상은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 구축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이 다음달 중국을 방문키로 했고, 시 주석은 우리 측의 내년 2월 평창 올림픽 방한 요청에 “방한을 위해 노력하겠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못 가더라도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담에선 북핵 문제 해법과 중국의 사드 보복 해제 등이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문재인·시진핑’ 회담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중국의 계산이 한참 엇갈렸던 것이다.

중국의 속내는 중국 외교부의 발표문에서 드러난다. 여기엔 청와대 발표와 달리 문 대통령 방중에 관한 언급이 일절 없다. “한국 외교부 장관의 이달 방중을 환영한다”고만 썼을 뿐이다. 양국은 강경화 장관 방중에 이어 문 대통령 방중을 실무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중국은 문 대통령 방중을 한국 측이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내세우리란 걸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생략한 셈이다. 대신 중국이 강조한 부분은 따로 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사드에 대한 입장을 다시 밝혔다. 양측이 상호 핵심 이익과 중요 우려사항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 내달 방중, 시진핑은 평창올림픽 기간 방한 검토

또 “문 대통령은 한국은 중국의 사드 문제에 대한 우려를 인식하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해를 해칠 의도가 없다고 했다”고 밝힌 점도 공개했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과 인민일보의 속보는 이 부분을 앞세워 보도했다.

청와대는 사드 문제에 대해 이같이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사드 배치의 문제점을 거론했지만 문 대통령은 사드 보복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사드 배치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며 공세를 취한 반면 한국은 사드 갈등 봉합에 급급한 수세적 모습이 재연된 것이다. 이는 사드 문제가 앞으로도 양국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슈가 됐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한인희 건국대 중국연구원장).

북핵 문제에 대해 양국 정상은 “현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청와대는 ‘평화적 해결방법’이 무엇인지 함구하고 있다. 북한의 핵 도발을 멈추게 할 손에 잡히는 해법 논의는 결국 다음달 문 대통령 방중으로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국의 온도차는 두 정상의 악수 장면 사진에서도 드러났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진에서 문 대통령은 웃고 있지만 시 주석은 웃음을 참는 듯 입을 다문 채 다소 어색한 표정이었다. 시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물론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활짝 웃는 표정을 지은 것과는 대조된다. 오히려 껄끄러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같은 날 만났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웃는 듯 웃지 않는 듯 미묘한 시 주석의 표정에서 한·중 관계 개선,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읽힌다.

중국은 사드 봉합 합의 이후 거듭 “한국은 약속을 지키고 행동으로 보이라”고 요구해 왔다. 중국은 ‘표정 관리’를 하면서 관계 개선 속도와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본격적인 사드 보복조치 철회가 더딘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중국은 한국의 성의와 자세를 저울 위에 올려놓고 경제 관계 정상화와 대북 압박 고삐를 죄었다 풀었다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노영민 주중 대사의 표현대로 한·중 관계는 바닥을 치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다낭(베트남)=강태화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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