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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문 대통령 “비 온 뒤 땅 굳는다” 시진핑 “새로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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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로 꼬였던 한·중 관계 해빙

북핵 해법, 경제 보복 해제 등

구체적 논의 없어 숙제는 여전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베트남 다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회담은 시 주석이 이동할 시간이 없다는 중국 요청으로 시 주석 숙소에서 열렸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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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정상회담을 하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로 최악을 맞았던 한·중 관계가 해빙기로 접어들고 있다. 다만 이날 회담에선 북핵 문제 해법과 중국의 경제 보복 해제 등 구체적 사안들은 논의되지 않아 아직 양국 간 남은 숙제가 없지는 않다.

회담 분위기는 좋았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을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또 ‘매경한고(梅經寒苦)’라고 ‘봄을 알리는 매화는 겨울 추위를 이겨낸다’는 중국 사자성어도 있다”며 “한·중 관계도 진정한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거듭나고 한·중 관계의 새 시대를 열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다음달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다시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 방한을 요청하는 문 대통령에게 시 주석은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사정이 안 되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또 북한 핵·미사일과 관련해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전했다. 양국은 이를 위해 각급 차원에서 전략대화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시 주석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회담을 포함 4개의 양자회담을 소화했다. 베트남→한국→일본→필리핀 정상 순이었다.

이런 순서를 정하는 과정에서 한·일이 물밑 외교전을 펼쳤다고 한다. 우리 측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보다 먼저 시 주석을 만나도록 신경을 썼고 일본 측도 마찬가지였지만 중국이 한국 측을 배려했다고 한다.

이날 네 차례의 정상회담은 모두 시 주석이 머무는 크라운플라자 호텔에서 열렸다. 4개국이 시 주석의 일정을 고려해 중국 측 숙소로 회담장을 정했다고 한다. 한국 측은 지난 7월 첫 한·중 정상회담(독일 베를린)도 시 주석의 숙소에서 열렸던 점을 들어 이번에는 제3의 장소에서 회담하자고 제의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물리적으로 이동할 시간이 거의 없다는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번에도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이 있는 곳을 찾았다.

시 주석의 빡빡한 일정 때문에 각국과의 정상회담이 연이어 순연됐다. 한·중 정상회담은 당초 오후 5시(현지시간)부터 열릴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오후 5시37분쯤 시작됐다. 직전 일정인 중·베트남 정상회담이 길어진 데다 시 주석이 칠레 정부와의 양해각서(MOU) 체결 행사까지 참석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회담장 근처 모처에서 대기하다 MOU 행사 종료가 임박해 이동했다. 회담은 당초 예정보다 13분 길어진 43분 동안 진행됐고, 이로 인해 다음 순서였던 중·일 정상회담도 늦어졌다. 아베 총리는 한참을 기다린 끝에 시 주석과 회담했다.

시 주석은 10일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 만찬장에도 30분 지각했다. 21개국 정상 가운데 가장 늦게 도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이 늦게 등장하는 바람에 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대기실에서 기념 촬영을 기다리다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서울=유지혜, 마닐라=강태화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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