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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2017 세계문화대회] 용서가 나를 구했다, 대학살로 가족 잃고 ‘화해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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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컬처디자이너

컬처디자이너들의 글로벌 축제 ‘2017 세계문화대회(Better Together 2017)’가 12일 막을 내렸다. 50개국에서 온 500여 명의 컬처디자이너들이 10일부터 사흘 동안 충북 청주 옛 연초제조창에서 모여 ‘더불어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지혜와 아이디어를 나눴다. 컬처디자이너는 문화적 재능으로 세상을 바꾸는 공익활동가를 말한다. 그중 네 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부모·동생 살해한 친구 용서 뒤 평화 찾아” 50개국서 화해 강연

중앙일보

장 폴 삼푸투, 르완다 용서 캠페인 창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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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출신 장 폴 삼푸투(55)는 2003년 아프리카의 그래미상이라고 불리는 ‘코라상’을 받은 유명 가수이자, 전 세계에서 ‘용서 캠페인’을 벌이 는 평화운동가다.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의 피해자인 그는 “마음속에 미움이 있으면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르완다 대학살은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갈등이 극에 치달은 비극이다. 석 달여 동안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삼푸투는 부모와 동생들을 잃었다. 그의 가족을 살해한 사람은 그와 가장 친한 친구였다.

당시의 충격으로 그는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됐다. 열네 살부터 가수로 활동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술과 마약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는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냈다”고 회상했다.

마음의 평화는 그가 용서를 결정한 뒤 찾아왔다. 그는 법정에까지 나가 가해자인 친구를 용서한다고 밝혔다. 후투족의 학살에 대해 공식적으로 용서하겠다고 말한 투치족은 삼푸투가 처음이었다. 그는 “용서는 가해자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었다”며 “나를 옭아맸던 증오와 비통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삼푸투는 자신이 얻게 된 평화와 자유를 다른 사람도 느낄 수 있게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까지 일본·미국·호주·노르웨이 등 50여 개국을 다니며 ‘용서캠페인’을 진행하는 이유다. 그는 “과거의 상처에만 집중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용서와 평화의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로봇은 인간 위한 따뜻한 기술” 누구나 만들게 제작법 공개

중앙일보

데니스 홍, 로봇 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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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공학자 데니스 홍(46) 미국 UCLA 교수에게 로봇은 “차가운 금속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따뜻한 기술”이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일곱 살 때 영화 ‘스타워즈’를 본 뒤 로봇 공학자의 꿈을 키웠다는 그는 “2011년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하면서 로봇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이란 걸 가슴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 뒤 그는 저가의 의족·의수와 화재 진압 로봇, 인명 구조 로봇 등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로봇 기술들을 개발했다. 연구·교육용 로봇 ‘다윈’은 누구나 따라 만들 수 있도록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제작법을 무료로 공개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다윈’이 수천 대 만들어지는 동안 내가 번 돈은 없다. 하지만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술들이 ‘다윈’을 통해 만들어지면서 개발자로서 명성을 얻게 됐다”면서 “결국 내게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유치원부터 대학 3학년 때까지 한국에서 지낸 그는 “방과 후 자기 몸보다 큰 배낭을 메고 학원에 가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창의력은 실컷 뛰어놀아야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 그는 “말 한마디로 누군가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내 강연을 듣고 꿈을 찾게 됐다는 학생들의 e메일을 많이 받았다”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저술·강연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일 밤 타임스스퀘어 ‘영상 퍼포먼스’로 공존 화두 던져

중앙일보

데브라 시몬, 도시 얼굴 바꾸는 공공예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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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라 시몬(59)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를 거대한 전시장이자 공연장으로 바꾸는 사람이다. 직함은 ‘타임스스퀘어 얼라이언스(Times Square Alliance)’의 공공예술 디렉터. 무용수 출신으로 25년 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휴스턴·워싱턴 등 대도시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담당해왔고, 지난 2월부터 뉴욕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그는 광장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시각예술·공연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한다. 매일 밤 11시57분터 자정까지 진행되는 ‘미드나이트 모먼트’가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타임스스퀘어의 60개 대형 전광판을 이용해 영상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매달 다른 작품으로 바꾼다. 또 해마다 6개의 공연과 4∼8개의 설치미술 전시를 펼치고 있다.

그의 작품 선정 기준은 ‘메시지’다. “현재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이슈를 다루려고 한다. 사람들이 작품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2월 전시한 설치미술 작품 ‘우리도 한때 이방인이었다(We Were Strangers Once Too)’를 사례로 들었다. 뉴욕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출신 국가와 숫자를 새겨 넣은 기둥을 모아 하트 모양으로 만든 조형물이다. 그는 “뉴욕은 이민자들이 함께 만든 도시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다양성·포용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면서 “앞으로도 공공예술 작품을 통해 ‘도시 속의 나’ ‘세계 속의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은 대인관계·평화 제1조건” 행복해질 용기 북돋워

중앙일보

기시미 이치로, 『미움받을 용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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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갈등과 대립 등 대인관계의 갖은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고, 평화의 제1 조건이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61)는 ‘공감’을 화두로 들고 나왔다. “공감을 해야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공감은 다양한 사람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서다. 아들러 심리학 전문가인 그는 아들러가 말한 공감의 비법을 전했다. 바로 “상대방의 눈으로 보고, 상대방의 귀로 듣고, 상대방의 마음으로 느끼라”다. 그는 또 “잘 공감하는 비법만큼이나 잘 공감받는 비법도 중요하다”면서 “상대방이 내가 뭘 느끼고 뭘 생각하는지 알아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말로 잘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공감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대해 “다른 사람을 대립·경쟁 관계로 생각하는 경향이 점점 커져서 그런 것”이라며 “상대방의 언행에서 선한 의도를 찾아내려고 애쓰는 태도가 공감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그의 키워드는 ‘용기’였다. 『미움받을 용기』뿐 아니라 『행복해질 용기』 『버텨내는 용기』 『나답게 살 용기』 『나를 사랑할 용기』 등을 집필하며 독자들의 용기를 북돋워왔다. 그는 용기와 공감의 관계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풀었다. “공감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르라는 것이 아니다”며 “용기와 공감은 함께 가야 한다.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동시에 자기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갈 용기를 내야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청주 이지영·전민희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프리랜서 김성태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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