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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뉴기니 마누스섬 난민수용소가 31일 폐쇄됐다. 식수와 식량, 전기 공급도 끊겼다. 호주 정부가 돈을 주고 설치한 이곳 역외 난민수용소에는 아직 난민 600여명이 남아있다. 18개월 전 이미 수용소 폐쇄가 결정됐지만 이들을 어디로 보내며,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 당장 내일이 불안한 난민들은 수용소를 떠날 수 없다며 장기 농성을 준비하고 있다.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양국은 서로 책임을 돌린다.
호주는 난민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 나라다. 특히 ‘보트피플’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호주는 인근 마누스섬과 나우루에 역외수용소를 설치하고 운용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파푸아뉴기니 대법원이 “호주로 가려는 망명신청자들을 그들의 뜻에 반해 마누스섬의 수용소에 가두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다음날 정부가 수용소 폐쇄를 발표했다. 폐쇄 데드라인으로 정해진 날짜가 바로 31일이다.
지난 19일 호주 이민 당국은 난민들에게 폐쇄 전 수용소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난민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3가지였다. 첫째, 파푸아뉴기니 로렝가우에 설치된 임시수용소나 나우루 수용소로 옮겨 가는 것. 둘째,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 셋째, 파푸아뉴기니에 재정착하거나 제3국으로 떠나는 것.
호주 공영방송 SBS는 3가지 선택지 모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한 대안이었다고 보도했다. 난민 대부분은 합법적으로 본국에 돌아갈 수 없는 이들이다. 돌아간다면 정치적 박해를 당할 위험이 크다. 유엔 난민협약의 ‘강제송환 금지 원칙(농르풀망 원칙)’은 생명과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곳으로 난민을 돌려보낼 수 없다고 하고 있다.
나우루수용소는 인권 유린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지난해 영국 가디언은 호주 이민당국이 작성한 보고서를 입수해 2013년 5월부터 2년여간 나우루 수용소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 사례가 폭행과 성적 학대, 자해 등 2116건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SBS는 나우루 수용소 이주는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차로 30분 거리인 로렝가우 수용소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로렝가우 주민들은 폭력을 쓰더라도 난민 이주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2014년 마누스 수용소 난민들이 로렝가우 주민들의 공격으로 1명이 숨지고, 77명이 부상당한 사건도 있었다.
제3국 이주가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다. 미국과 호주는 지난해 11월 각자의 역외 수용소 난민을 교환하는 협약을 맺었다. 미국이 마누스와 나우루 수용소 난민 1250명을 받아들이고, 호주는 코스타리카에 있는 미국의 역외 수용소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확실한 대안은 되지 못한다. 영국 BBC는 “미국으로 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협약으로 정한 난민 전부를 받아들인다는 보장도 없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맺은 이 협약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아예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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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뉴기니 정부는 자국 재정착을 희망하지 않는 난민들은 호주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주는 절대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파푸아뉴기니가 난민을 지원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맞선다. 호주 이민 당국은 “임시 수용소로 이주한 난민들은 이미 안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식수와 식량, 전기 공급이 끊긴 마누스 수용소 난민 600여명은 장기 농성을 준비하고 있다. 물과 건조 비스킷을 비축했고, 빗물을 받기 위한 임시집수장치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당장 이들의 안전조차 보장하기 어렵다. 시드니모닝해럴드 등 호주 언론들은 난민들을 인용해 지역 주민들이 수용소 정문을 뚫고 들어와 프라이팬, 의자, 탁자, 쓰레기통 같은 물품들을 약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용소 경비인력은 대부분 철수했고, 남은 인력들도 주민들의 약탈을 방관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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