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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車 에어컨 세정제에도 가습기살균제 유해물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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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증발기 곰팡이 씻는 데 사용

가습기살균제 유사 성분 PHMB 포함

2015년 4월 스프레이형 제품엔 금지

에어컨에 말라붙었다 미세먼지가 돼

실내 거쳐 호흡기로 들어올 수 있어

환경부, 지난해 10월에 파악했지만

전문가 자문 없이 "문제 없다"며 방치

업체에서는 2월부터 자체 수거 나서

소비자에겐 제품 위험성 알리지 않아

국회 환노위 송옥주 의원 문제 제기

"환경부 가습기 살균제 교훈 못 얻어

국민 건강 지킬 시스템 작동 안 돼"

자동차 에어컨 세정제 속 유해물질 방치 논란
중앙일보

3M 에바 크리너


자동차 에어컨 세정제 속에 유해물질이 함유돼 있는데도 환경부가 이를 방치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엄청난 피해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고로부터 환경부가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쓰리엠(3M)이 판매한 자동차 에어컨 세정제 '3M 에바 크리너'에 가습기 살균제 유사 성분인 폴리하이드로클로라이드(PHMB) 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환경부가 지난해 10월 확인하고도 회수명령 등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29일 밝혔다.

에어컨 세정제는 자동차 엔진룸 속에 있는 에어컨 증발기(evaporator, 에바)의 틈새에 낀 곰팡이와 세균, 악취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카센터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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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등이 잔뜩 끼어있는 자동차 에어컨의 증발기(에바)


PHMB는 지난 2015년 4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등 다른 가습기 살균제 성분과 함께 스프레이형 제품에는 사용을 금지한 물질이다.

PHMB는 실제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되지는 않았으나 PHMG와 유사한 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3M이 판매한 '3M 에바 크리너' 제품은 주문자 생산(OEM) 방식으로 SM산업에서 2008년부터 생산했으며, 2012년 이후에만 14만개를 제조해 3M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금까지 모두 12만개 이상이 팔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환경부 조사에서 이 제품에서는 PHMB가 71ppm이 검출됐고, 생산업체 측 요구에 따라 올해 2월 실시한 재조사에서도 122ppm이 검출됐다.

하지만 업체 측은 "제품에 '스프레이형 제품'이라고 표시는 했지만, 실제로는 폼(거품)형 제품이어서 사용 제한 대상이 아니다"라고 소명했고, 이에 환경부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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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에바 크리너


이런 사이 한국3M 측은 지난해 6월 SM산업과 계약을 해지했으며, 7월에 제품 단종을 결정했다.

또 지난 2월에는 대리점을 통해 자발적 수거에 들어가 1만3000개를 회수, 지난달까지 전량 폐기했다.

한국3M 관계자는 "생산업체 측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며 "제품 사용이 늘어나는 여름철을 앞두고 회수를 했고, 남은 제품이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온라인 판매만 차단하고 소비자들에게 알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 관계자는 "사람이 호흡하는 공기 중에 직접 뿌리는 스프레이형 제품이 아니어서 유해성이 가습기 살균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국립환경과학원 등의 독성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지않고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직접 뿌리지 않더라도 인체 노출 가능성은 100% 배제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발기에 뿌리는 세정제는 대부분 자동차 아래로 흘러내지만, 수분이 증발하면서 PHMB 성분이 증발기 표면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형태로 자동차 실내로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동차 전문가인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에어컨을 외부 공기 유입모드로 가동하면 엔진룸의 공기가 실내로 들어올 수 있다"며 "과거 워셔액 속의 메탄올이 자동차 내로 들어와서 문제가 된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다만 메탄올은 휘발성이 있으나, PHMB는 휘발성이 없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독성 전문가인 이종현 네오엔비즈 환경안전연구소장은 "제품의 사용 빈도가 낮은데다 유해물질의 휘발성도 낮고, 미세먼지가 호흡기로 들어올 정도의 크기가 될 것인지는 미지수"라면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PHMG도 카펫 청소용으로 허가 받았다가 뒤에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돼 문제가 됐는데, 이 경우도 예상 못한 경로로 인체 노출이 일어날 수 있음을 환경부가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좁은 자동차 실내 공간을 고려하면 미량의 유해물질이라도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며 "호흡 독성이 우려되는 제품은 모두 안전테스트를 거쳐 안전한 제품만 시판토록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송옥주 의원은 "환경부나 해당업체는 소비자들에게 사실을 알려 남은 제품이라도 사용을 중단시켜야 했다"며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사고로부터 여전히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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