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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내 맘에 불지른 단풍, SNS로 고발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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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경강선 타고 떠나는 스무살 감성 추억여행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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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놀이 하면 여전히 똑같은 등산복 차림에 똑같이 단체사진을 찍고 막걸리 한잔을 들이켜는 것을 떠올릴지 모른다. 설악산, 오대산, 내장산 등 단풍 명소도 좋지만 전철로 떠나는 당일치기도 괜찮다. 경강선(판교~여주선)을 따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젊은이들의 가을 여행지를 찾아 나섰다.

■ 스무살 감성으로 떠나는 단풍여행

서울에서 분당선 이매역까지 간 뒤 이매역에서 경강선으로 갈아타고 곤지암역에 내려 화담숲으로 향했다. 내장단풍, 당단풍, 신나무, 고로쇠, 복자기, 부게꽃나무, 시닥나무 등 480종의 단풍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화담숲은 모두 23만평 규모로, 5.2㎞ 거리에 20개 테마원이 있다. 화담숲은 오색단풍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가벼운 옷차림에 구두를 신은 젊은 여행자가 대부분이었다. 지도를 펴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인증샷으로 가장 많이 올라오는 명소를 골랐다. SNS용으로 쓰기에 딱 좋은 화담숲의 명소는 4곳이다.

첫 번째는 ‘약속의 다리’. 줄줄이 걸려있는 자물쇠 앞에서 셀카봉을 들고 사랑을 약속하는 연인들의 미소는 해맑았다. 자물쇠 자판기도 있다. 4000원. 50m 높이의 다리 위에서 숲을 내려다보며 찍는 풍경사진은 근사했다.

두 번째는 사랑나무 ‘연리지’다. 이끼원과 가재계곡을 가로질러 산책로를 오르는데 단풍 사이로 하얗게 핀 구절초와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가 가을빛을 받아 반짝였다. 연리지는 화담숲이 가꿔지기 전부터 있던 느티나무. 밑동이 다른 두 그루 나무가 하나로 만나 하늘로 오르는 연리지 앞에서 사랑을 약속하면 평생 헤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인증샷은 액자처럼 생긴 틀 안에서 찍은 것이 대부분이다. 젊은이의 ‘취향을 저격하듯’ 엄지와 검지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연리지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구도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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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단풍 숲 사이에 곧추선 자작나무. 화담숲에는 7~10년생 순백의 자작나무 1000그루가 있다. 전망대에 오르기 직전 풍경이 근사하다. 화담숲 가드너 홍진욱씨(37)는 “자작나무는 지금 이 나이, 이 시기가 가장 예쁘다”면서 “오색단풍 틈바구니에서 곧게 뻗어올라 더욱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 번째는 ‘러브송(松)’이다. 화담숲 분재원 입구에 하트모양의 소나무가 있는데 여행자들의 포토존이다. 어깨를 맞대고 사진을 찍다 보면 저절로 환하게 웃음꽃이 피어난다. 국화꽃밭에서는 화단에 앉아 단풍나무와 야생화, 색색 국화를 모두 담아내야 사진이 예쁘다. 자수화단을 지나 잔디마당으로 가면 ‘LOVE’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조형물이 나온다. 모노레일이 지나는 순간을 포착해야 멋스럽다. 곤지암리조트 임수인씨(27)는 “화담숲은 지난해 단풍축제 기간 3주 동안에만 22만명이 다녀갔다”면서 “이번 축제는 다음달 5일까지 열리는데 주말에는 반드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화담숲에 노랗고 붉은 가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 스무살 감성으로 찍는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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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강선 이천역으로 나오는데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금빛 도자기가 연상되는 역 건물이 모던하면서도 이채로웠다. 기념사진을 담은 뒤 목적지인 ‘설봉공원’으로 향했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명소로 떠오르는 설봉공원은 해시태그(#)가 1만1000여개가 넘을 정도로 인기다. 색동저고리 같은 단풍 너머로 하얗게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설봉호수의 둘레길은 1050m. 포인트는 ‘힐링이 필요해’ ‘같이 걸을까’ ‘곁에 있어줘’ ‘힘내’ ‘잘하고 있어’ ‘행복해’ 등 글자로 만든 조형물이다. 사진에 걸고 찍기 좋은 30여가지 예쁜 글귀들을 한컷, 한컷 정성스럽게 담는데 가을빛이 카메라 속으로 말갛게 빨려 들어왔다.

신둔 도예촌역에서 차로 6분 거리에 있는 ‘사기막골 도예촌’은 젊은이들의 감성에 맞는 도자기들이 가득한 곳이다. 1㎞쯤 될까, 오밀조밀하면서도 정겨운 골목을 따라 46개 공방점들이 늘어서 있다. 버스킹 공연이 열린 거리엔 인파가 가득했다. ‘우치’ 공방점으로 들어섰다. 마치 프랑스 파리에 온 듯 컬러풀한 그릇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경’은 흙과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린 무채색에 가까운 도자기들이 즐비했다. 도시락 찬합처럼 그릇을 쌓아 올린 작품은 품격이 있었다. ‘임의섭 도예작업장’은 1인 밥상에 어울리는 정갈한 식기들이 눈에 띄었다. 깔끔하게 음식을 담아낸다면 혼밥이라도 좋겠다 싶었다. 빛 좋은 도자기에 취하다 보니 자꾸 시계가 거꾸로 갔다.

초월역에서 가까운 ‘퍼들하우스’는 자연과 소통하는 건축가 배대용씨가 설계한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겉에서 보기엔 답답한 회색 건물 같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서면 반전이 따로 없다. 모기업 광고와 드라마에 나오면서 SNS에서 인기몰이 중인 이곳은 ‘물웅덩이’를 뜻하는 퍼들(puddle)처럼 꾸미지 않은 자연을 닮았다. 통유리로 보이는 야외 너른 뜰앞에 서니 시간이 멈춘 듯했다.

▶동굴와인 레스토랑선 샹들리에 아래 이국 정취, 한옥 카페에선 차 한잔의 여유

요즘 SNS에서 뜨는 경강선 초월~부발역 인근 맛집은 어디일까.

‘비비다이어리’는 농촌 풍경을 담은 커피 전문점이라는 소문답게 계단을 오르면 넓은 유리창으로 황금빛 들판이 펼쳐진다. 바리스타가 내리는 진한 커피향이 목가적인 농촌 풍경과 의외로 잘 어울린다.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을 배경 삼아 한 컷을 남기기에 좋다. 오늘의 커피 5000원. (031)798-0645

‘퍼들하우스’는 1층은 레스토랑, 2~3층은 카페다. 제철조개 링귀니 파스타와 마르게리타 피자, 대게 다릿살 리조토 등이 인기 메뉴다. 제철조개 링귀니 파스타 2만3000원, 아메리카노 6000원. (031)766-0757

한옥 카페 ‘희원’은 고즈넉한 옛집 너른 잔디마당을 바라보며 차 한잔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라온다. 마바나나 주스와 구절초차 등 특색 있는 건강음료가 많다. 구절초차 7000원. (031)636-5608

카페 ‘마소로’는 푸른 잔디밭 쿠션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인증샷을 남기기 좋다. 조리퐁라테(7500원)와 초코칩 젤라토 스무디(6000원)가 잘 나간다. (031)638-6699 ‘이진상회’는 우리밀로 구운 빵맛이 좋다. 카페에서 직접 로스팅하고 블렌딩한 커피 맛도 일품이다. 도자기와 나무로 장식된 앤티크한 인테리어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 무화과 통밀빵 5000원. (070)8888-8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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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숲 옆에 있는 ‘라그로타’는 격식 있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샹들리에 조명과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라그로타는 10만병의 와인 저장고를 갖췄을 정도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와인을 구비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남아프리카 와인을 즐길 수 있다. 탁자 위에 놓인 촛불과 벽에 걸린 그림을 넣고 사진을 찍으면 좋다. 와인 한잔 1만5000원. (031)8026-5566


<글·사진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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