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분쟁 비극의 집결지, 리비아 트리폴리
올해 3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근교의 소르만 여성 난민 수용소에 구금된 이주민 여성이 갓난아기를 껴안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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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지대’. 6년째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분쟁을 지속하고 있는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현 상태는 무법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후 2014년 또다시 내전이 발생하면서 리비아는 지금까지 통합정부는커녕 제대로 된 사법체계도 갖지 못하고 있다. 수도인 서부 트리폴리를 장악한 이슬람계 정부와 국토 3분의 2에 해당하는 동부 지역을 차지한 비이슬람계 토브루크 정부, 이밖에도 수많은 무장 단체가 통치권 확보를 위해 격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분쟁 중 복잡하게 얽힌 먹이사슬의 맨 아래에 놓인 최대 피해자는 따로 있다. 바로 다른 아프리카 국가 출신인 난민과 망명 신청자, 이주민이다. 소말리아와 에리트레아, 수단, 차드, 나이지리아 등에서 각각의 내전을 피해 도망친 수십만명의 난민은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서 안전한 삶을 살기 위해 리비아로 몰려든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사법당국 또는 인신매매 단체에 붙잡힌 난민을 감금하는 ‘이주민 구금센터’, 즉 난민 수용소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수용소 내 폭력이 점차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가 줄을 잇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리비아 내 수용소 27곳에는 7,100여명의 난민이 수용돼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난 1년간 트리폴리 외곽의 아부 살림, 트리그 알 마타르, 잔주르 수용소와 트리폴리 서쪽으로 60㎞ 떨어진 소르만 여성 수용소를 방문한 결과, 구금된 난민들은 통풍도 되지 않는 어둡고 지저분한 방에서 겹겹이 몸을 부대낀 채 지내고 있었다. 우리가 만난 남성들은 “수용소 마당에서 지쳐 쓰러질 때까지 알몸으로 달리게 했다”고 호소했고, 일부 여성은 성폭행을 당한 후 석방 비용을 강요 받기까지 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28세 남성은 “(구금센터에) 도착했을 때 사흘간 먹을 것 하나 받지 못했다”며 “끝내 받은 첫 음식은 빵 한 조각뿐이었고 식수는커녕 흐르는 물도 없어 변기에서 물을 퍼다 마셨다”고 증언했다. 피부 질환과 설사, 폐 질환이 자연스럽게 동반됐다.
올해 3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외곽의 아부 살림 난민 수용소에서 경비원이 철망으로 된 문을 닫고 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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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된 난민들의 몸에는 리비아에서 겪은 폭력의 역사가 그대로 남아있다. 몸값을 목적으로 한 납치나 강제 노동, 성폭행 등으로 인한 오랜 흉터부터 상처 부위 감염, 골절까지 부상의 흔적이 역력했다. 말리 출신의 한 28세 남성은 “수용자들을 채찍, 빗자루, 장대 등으로 때리는데 아무 이유가 없다”며 “누군가 병에 걸리면 (경비원들의) 첫 반응은 때리는 것이고 물을 달라고, 소변을 보고 싶다고 해도 우선 때리고 본다”고 토로했다. 2016년 말 트리폴리와 인근 7개 수용소에서의 진료 횟수가 5,000번을 훌쩍 넘긴 이유다.
구타 끝에 정신건강 문제를 안게 된 환자들도 다수다. 억류자 중 상당수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공황발작ㆍ우울ㆍ불안 증세를 겪는다. 불안에 떨며 의료진에게 “우리는 겁에 질려 있다. 아무도 여기 남아 있길 원하지 않고 그저 집에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고 말하던 한 여성은 경비원이 가까이 다가오자 다급히 말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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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을 이같이 반인권적인 수용소로 내몬 분쟁 상황도 문제지만 여기엔 리비아와 유럽 국가들의 정책 결정도 한몫을 하고 있다. 리비아 당국이 유럽연합(EU)과 이탈리아의 지원금 등 협조 하에 유럽행 난민을 무기한 수용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16년에 체결된 EUㆍ터키 협정과 더불어 그리스ㆍ프랑스ㆍ발칸반도에서 채택된 여러 난민정책은 점점 국경을 봉쇄하고 이주민을 송환하는 노선을 명확히 하고 있다. 리비아 해양경비대는 그 결과 지중해에서 포착된 난민 선박을 폭력을 동원해 리비아로 돌려보내고 있는데, 국경없는의사회가 자체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도 이미 수차례 해안경비대의 총격을 맞았다.
윤주웅 한국 국경없는의사회 커뮤니케이션국장
윤주웅 한국 국경없는의사회 커뮤니케이션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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