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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자율고보다 성적 빨리 오른 혁신고?” 엉터리 자료 낸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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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20일 국감 앞두고 자료 배포

"교육효과 높고, 학종 전형에서도 강세" 주장

교육계 "국감 앞두고 연구 결과 고의 왜곡"

"통계자료, 신뢰할 수 없는 수준"

시교육청 "신뢰도 낮지만 타당도는 낮지 않다" 해명

중앙일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서울특별시교육청·인천광역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에 대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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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의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에 대해 반박하는 분석자료를 냈다가 “정치적 의도에 따라 연구 결과를 고의로 왜곡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서 19일 '혁신고, 성적향상 정도 자율고보다 높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통상 시교육청의 보도자료는 한 주 전에 ‘주간보도계획’을 통해 예고하고, 이에 따라 배포된다. 이번 혁신고 관련 보도자료는 교육청의 예고에 없던 것을 갑작스럽게 낸 것이다.

이번 보도자료에서 서울시교육청은 “혁신고 학생의 성적 향상도가 자율고 학생보다 높고, 대입의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혁신고 학생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서울형 혁신학교를 대상으로 진행된 논문 등 28편을 분석한 결과"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성적향상도와 관련해 혁신고 학생과 자율고(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공립고) 학생의 중3과 고2 시절 주요과목 학업성취도(국·영·수)를 비교해 성적이 얼마나 올랐는지 언급했다. 교육청은 "혁신고 학생은 중3 때 성적에 비해 고2가 되면서 국어는 11.1점이 상승했고, 수학은 9.5점이 높아진 반면, 자율고 학생은 국어 10.2점 올랐고 수학 5.3점 상승한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혁신고에 진학한 학생이 자율고로 진학한 학생에 비해 높은 성적 향상도를 보였다는 점은 혁신고의 ‘교육 효과’가 더 우수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하지만 혁신과 자율고의 이 같은 차이는 통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의 신뢰도를 판별하는 기준은 ‘유의확률’인데, 통상 0.05 이하여야 해당 통계를 믿을 만하다고 해석한다. 시교육청이 과목별 성적 향상도를 보여준 통계 자료에서 유의확률은 모두 0.05를 훌쩍 넘었다. 국어 성적은 0.9, 영어는 0.4, 수학은 0.6이었다.

중앙일보

자료: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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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고 학생이 대입의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주장도 근거가 부족했다. 시교육청은 보도자료에서 “혁신고 학생이 같은 조건의 일반고 학생보다 사회적 평판이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의 근거로 일반고 A와 혁신고 B의 2014학년도 대입결과를 비교했다. 일반고인 A고는 전체 졸업예정자 350명 중 서울 4년제 대학에 50명(14%)이 합격했지만 혁신고인 B고교는 249명 중 48명(19%)이 합격해 혁신고의 합격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반고와 혁신고를 모두 조사해 비교한 것도 아니고, 선정 근거도 밝히지 않은 채 학교를 한 곳씩 선정해 진학 결과를 단순 비교한 것에 불과하다. 이 자료를 근거로 ‘혁신고가 학종에 우수하다’는 결론이 어떻게 도출된 건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중앙일보

자료: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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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의 느닷없는 보도자료 배포와 이후 벌어진 논란에 대해 교육계 일각에서는 “대학교수 출신이자 사회학자인 조희연 교육감이 유의확률 등 통계상의 허점을 몰랐을 리 없다”며 “국감을 앞두고 혁신학교에 대한 지적을 무마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연구 결과를 고의로 왜곡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교문위 소속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12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전국 혁신고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고등학교 평균의 3배나 많다고 지적하며 교육청 국정감사 때 혁신학교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시교육청은 보도자료 배포 이후 9시간이 지나서야 간략한 설명 자료를 내놓으며 “표본이 적어 통계의 신뢰도가 다소 낮게 나타났지만 통계 결과의 타당도까지 낮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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