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콧등치기국수·메밀전병 …
다른 데선 보기 힘든 것들 가득
신토불이증 목에 걸고 국산만 팔아
청량리~아우라지 기차 타는 맛도
시장에서 놀자 ② 정선아리랑시장
인구 4만 명 마을에 방문객 연 65만~70만
한 해 65만~70만 명이 방문하는 정선아리랑시장. 오일장이 열리는 날 저잣거리는 더욱 북적인다. 정선 특산품인 산나물과 약초를 살 수 있고 강원도 향토음식을 맛보며 시장 놀이를 즐기기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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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 추석 대목을 치른 후 첫 오일장이 열린 정선아리랑시장을 찾았다. 가을비 내리는 평일(목요일)이었지만 금요일 저녁 대형마트처럼 붐볐다.
“주말이 겹친 장날에는 뒷사람에게 떠밀려 걸어야 하드래요. 왜 이렇게 사람이 많냐는 불만도 나온다니까요.”
정선아리랑시장 상인회 이윤광(58) 회장의 엄살은 실은 자랑이었다. 재래시장이 외국인까지 찾아오는 명소가 된 것을 이 회장은 “정선다운 시장을 만든 흥행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정선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 정선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가 가득한 시장을 추구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매대는 정선 특산물인 산나물과 약초가 주를 이뤘다. 봄에 따 말려 놓은 곤드레, 삼계탕에 꼭 들어간다는 약초 황기, 가을 수확이 한창인 더덕이 가득했다.
현재 시장에는 175개 점포가 있는데 빈 점포 수는 ‘0’개다. 상설 점포뿐 아니라 장날이면 자신이 채취한 나물 등을 파는 노점이 들어선다. 정선아리랑시장에 새로 노점을 벌이려면 정선군민이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이나 산에서 채취한 임산물만 팔아야 한다는 조건을 맞춰야 한다.
정선군이 국산품만 취급한다고 인증한 신토불이 상인. 정선아리랑시장에선 이 ‘신토불이증’을 목에 걸고 영업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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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식만으로는 헛헛해 먹거리를 찾아다녔다. 시장에는 음식점이 70곳 있는데 전국 어디서나 흔한 떡볶이나 김밥을 파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주력 메뉴는 올챙이국수(옥수수묵국수)나 콧등치기국수(메밀국수) 등 재밌는 이름이 달린 강원도 향토음식이다. 정선황기막국수(곤드레밥 6000원)와 명선집(콧등치기국수 5000원), 회동집(메밀전병 5000원) 등은 시장 상인도 찾아가서 먹는다는 맛집이다.
정선아리랑시장에서 만난 정선군 가이드 권인숙(58)씨는 “정선아리랑시장도 원래 부산의 깡통시장처럼 온갖 생필품을 파는 시장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석탄산업 부흥기었던 70년대만 해도 정선 인구가 14만 명 정도 됐죠. 강아지도 1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돈이 넘치는 고장이었어요. 정선아리랑시장은 산골짜기에 흩어져 살고 있던 사람들이 장날마다 만나는 만남의 광장이었고, 옷가지며 장신구까지 살 수 있는 쇼핑 특구였어요.”
선평역 깜짝장터에서 옥수수 막걸리 원샷
청량리역과 아우라지역을 잇는 정선아리랑열차.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왕복 1회 운행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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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군과 시장 상인회가 시장을 재생하자고 발 벗고 나선 때는 99년이었다. 외부 여행객을 끌어오기 위해 증산역(지금의 민둥산역)에서 정선역까지 이어지는 꼬마열차를 개설했다. 무궁화호 1량짜리 꼬마열차는 장날마다 증산역에서 정선역까지 부지런히 사람들을 태웠고, 철도 마니아와 여행객을 정선아리랑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장날마다 운행하던 꼬마열차를 전신으로 하는 게 2015년 개통한 ‘정선아리랑열차’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아우라지역까지 253.1㎞를 운행한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왕복 1회 운행하는데, 오일장이 열리는 날과 겹치는 월요일·화요일에는 특별 운행한다.
정선아리랑열차를 타고 정선아리랑시장으로 떠나는 여정은 그 자체를 여행으로 즐기기에 충분했다. 카페 칸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커다란 창문으로 굽이굽이 이어지는 강원도의 산세를 구경했다.
정선아리랑열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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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정선아리랑시장은 연중무휴. 날짜 끝자리가 2·7로 끝나는 날엔 오일장이 열린다. 정선아리랑열차는 수~일요일, 정선아리랑 오일장날에 운행한다. 청량리역을 오전 8시20분 출발해서 정선역에는 낮 12시6분에 닿는다. 복편은 정선역에서 오후 5시37분 출발, 오후 9시33분 청량리역으로 돌아온다. 편도 2만7600원.
」정선=글·사진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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