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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아픔과 갈등 넘고 싶다’ 여순사건 69돌 위령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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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돌’을 맞은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제가 19일 오전 여수 여서동 미관광장에서 조촐하게 열렸다.

행사는 ‘아픔과 갈등을 뛰어넘어, 이제는 화해와 상생의 길로’를 내걸었다. 여전히 유족과 보수단체 사이 남아 있는 감정을 말끔히 풀어보자는 염원을 담았다.

위령제는 유족 100여명과 여수시장, 전남도의원·여수시의원, 여수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시민 등 200여명이 나와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5·18기념재단과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유족회, 국회의원, 여수지역시민사회단체 등은 추모화환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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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엔 ‘제주4·3사건’ 희생자유족회 회원 20명도 처음으로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위령제는 황순경 유족회 회장 등 유족들이 올리는 전통제례로 시작됐다. 유족회는 축문을 통해 “69년전 영령들께서는 무고하게 학살됐고, 그 주검이 산과 들에 묻히고 태워졌으며, 차가운 깊은 바다에 무참히 버려져야만 했다”고 밝히고 “우리 유족들은 삶이 다하는 날까지 영령들의 억울함과 원통함을 해원하고, 민주주의와 평화의 소중함을 길이 전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진 불교·원불교·천주교 등 3개 종단의 추모제에서는 각각 진옥 스님, 이명륜 교무, 신혁 신부 주재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의식을 올렸다.

주철현 여수시장은 추모사에서 “오늘 위령제에 유족 중 일부가 함께 하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이자 가슴 아픈 현실”이라면서 “희생자·유족의 명예 회복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고, 7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용서와 화해를 바탕으로 유족 모두와 지역민이 함께 하는 합동 위령제를 만들어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양시영 제주 4·3희생자유족회 사무국장은 “유족들이 어렵게 세운 학살현장 안내판 등을 일부 세력들이 훼손하고 철거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보고 크게 마음이 아팠다”면서 “대도시로 발돋움한 여수의 위상에 걸맞게 희생자 추모 사업이 가능하도록 조례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더욱 뜻깊은 위령제가 치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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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 주둔 국방 경비대 14연대가 ‘제주 4·3사건’ 진압을 위한 출동명령에 반발하면서 정부 진압군과 맞서는 과정에서 민간인 수천명이 처형을 당하는 광복 후 벌어진 대표적인 유혈사태다.

여순사건은 그동안 ‘여순반란 사건’으로 불리다 ‘여순사건’ ‘14연대 반란’ 등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글·사진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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