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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자치구 첫 `공공 반려견 놀이터` 가보니…뛰놀 곳 생겨 좋지만 `개싸움`에 긴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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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도봉구 초안산 창골축구장내 공원에 문을 연 800㎡ 남짓 '반려견 놀이터'에는 20여 마리의 반려견이 분주하게 뛰어 놀고 있었다. 사각형 울타리에 견주가 앉을 수 있는 벤치와 그늘막 몇 개, 간단한 구조물과 식수대가 전부인데도 첫날부터 반려견 100여 마리가 몰리는 등 인기가 대단했다.

서울시가 지난 2013년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시작으로 마포구 월드컵 공원과 동작구 보라매공원 등 3곳에 놀이터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서울시 내 자치구가 독자적으로 공공 반려견 놀이터를 개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반려견과 함께 공원을 찾은 견주들은 새 동물 복지시설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이날 놀이터를 찾은 김 모씨(46)는 "조금 좁지만 반려견이 목줄을 풀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라 첫날부터 찾아왔다"며 "최근 공원에서 반려견이 사람을 문 사고 이후 개를 풀어놓을 공간이 사라진 터라 더 반갑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곳에서도 개장 초기 관리자들의 표정엔 긴장감도 묻어났다. 혹여 발생할지 모를 '안전사고' 때문이다.

실제 개장 첫날인 이날 도봉구 놀이터에서도 한 반려견이 다른 개를 물면서 견주끼리 작은 분쟁 끝에 합의하는 일이 있었다. 공원 측이 작은 개와 큰 개를 분리해놓지만 관리자 숫자가 적은 데다 매분 매초 감시할 수가 없어 사고가능성은 상존할 수 밖에 없다. 놀이터 입구에도 "만 13세 이상 견주가 직접 관리해야 하며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준 반려견 소유주가 책임져야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을 정도다.

반려견 놀이터는 현재 전국에 총 14곳이 있다. 지난해 서울시 반려견 놀이터를 이용한 이용객은 8만1008명으로 반려견 놀이터가 처음 생긴 2013년 이후 10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반려동물 놀이터 문화가 정착되는 단계이다 보니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 '펫티켓'도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날 놀이터 입구에는 "대형견종(진도, 허스키, 도베르만, 동경, 세퍼드, 풍산개 등) 위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개"는 입마개를 착용해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그러나 해당 놀이터에 입장한 허스키 등 대형견들 입엔 입마개가 없없다. 한 대형 견주는 "놀이터에서 원반 던지기 등 놀이를 하려고 왔는데 입마개를 하면 무의미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올해 3월 수원의 한 반려견 놀이터에서는 입마개 착용을 두고 견주 간 다툼이 일어나 경찰과 구청공무원이 출동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동물보호법상 맹견으로 분류되는 롯트와일러의 입마개 착용여부를 두고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등 지자체는 지난 5월 운영 지침을 내려 해당 견종을 포함한 동물보호법상 맹견이 놀이터를 이용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그밖에 일부 대형 견종은 입마개를 착용하도록 했다. '싸운 이력이 있는 개'나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3개월령 이상의 수컷 개도 입마개 착용 대상으로 정했다. 그러나 기자가 찾아간 서울지역 다른 반려견 놀이터와 수원지역 놀이터에서도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은 대형 맹견들이 허다하게 눈에 띄었다.

A지역 반려견 놀이터의 한 관계자는 "말이 그렇지 싸운 이력이 있는 개를 식별한다는 게 가능하냐"고 기자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다른 규정들도 있으나 마나하긴 마찬가지다. 공공 반려견 놀이터는 내·외장 식별 칩을 통해 행정관청에 등록된 동물만 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날 찾아간 도봉구 놀이터의 경우 초기 미등록 이용객에게는 동물 등록을 권하는 등 계도조치만 하고 임시로 이용하게 하고 있었다. 규정대로 입장을 막았다간 항의와 민원이 빗발칠게 뻔해 엄격하게 규정을 들이대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반려동물 등록제는 전국에서 시행된 지 4년 가까이 지났지만 등록 비율이 실 반려동물 숫자에 한참 못미치고 있다. 미등록 동물의 경우 과태료 처분 대상이지만 과태료 조치는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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