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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여의도 지하비밀벙커 가보니…'40년 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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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은 서울시립미술관이 맡을 계획…이름도 'SeMA벙커'로 바뀌어

아시아경제

19일 개관한 서울 여의도 지하비밀벙커 VIP공간 내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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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 기록이 전혀 없습니다."

2005년 서울 여의도에서 발견된 지하비밀벙커는 글자 그대로 '비밀'스럽게 만들어졌다. 국토교통부 지하 시설물 도면에도, 수도방위사령부에도 해당 기록이 없다.

그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방공호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5·16 광장에서 국군의 날 행사가 있었을 때 사열대와 벙커의 위치가 일치한다는 점, 일부 언론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유사시 요인 대피용 방공호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점 등에 의해서다.

조성된 시기는 1976년 말에서 1977년으로 보는 중이다.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는 항공사진에서 여의도 지하비밀벙커의 출입구가 1977년 이후 자료부터 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정식으로 개관한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 위치는 여의도 버스환승센터와 국제금융센터(IFC) 사이. 입구 옆 도로에서는 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계단은 총 33개였다. 도로에서 약 2.7m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다. 지표면에서 2.2m 아래는 토피로 이뤄져 있고, 토피 아래 콘크리트 벽체 두께가 0.5m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지하비밀벙커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수행원 대기실(180평)과 VIP실(20평) 등으로 이뤄져 있어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었다.

보존상태도 깨끗했다. 바닥은 새로 타일을 깐 것 같았고, 벽면 타일도 일부분에 금이 가 있었을 뿐 40년 전의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처음 발견됐을 당시 바닥에서부터 30㎝ 정도 침수돼 있었으나 닦았더니 깨끗해졌다"며 "새로 하얗게 페인트칠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발견 당시 그대로 놔뒀다"고 설명했다.

VIP실로 추정되는 공간에는 소파와 좌변기, 세면대 등이 놓여 있었다. 위쪽에는 환기구까지 달려 있어 다른 곳보다 신경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소파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40년 전 것 그대로다. 그러나 좌변기와 세면대는 지금 쓰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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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개관한 서울 여의도 지하비밀벙커 VIP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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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옆에는 지하비밀벙커의 두께를 가늠할 수 있는 코어 조각이 전시돼 있었다. 50㎝ 정도로 두꺼운 것은 물론 단면을 잘랐을 때 공극을 찾아볼 수 없어 매우 강도 높은 재료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곳이 외부 폭격으로부터 피하기 위한 용도로 설계됐음을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하비밀벙커 개방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근처 회사에서 일하는 조모(35)씨는 "점심 식사 후 궁금해서 들렀다. 전쟁 나면 들어가는 곳인 줄 알고 왔는데 역사적 공간이라 놀랐다"면서 "예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신기하다"고 말했다. 한 30대 여성 또한 "환승센터에 버스 타러 가려다가 뭔가 싶어 와봤다"며 "역사를 보존하고 함께 공유한다는 것 자체로 인상 깊다"고 얘기했다.

앞으로 지하비밀벙커 운영은 서울시립미술관(SeMA)이 맡는다. 명칭도 'SeMA벙커'로 바뀌었다. 지하비밀벙커가 전시장으로서 또 다른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날부터 다음 달 26일까지는 개관 기획 전시전 '역사갤러리 특별전'과 '여의도 모더니티'가 열린다.

지하비밀벙커는 매주 월요일과 1월1일을 제외하고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6시까지 운영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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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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