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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단서는 범죄 현장에…과학수사 산증인 김종찬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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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경찰 생활 중 20년 과학수사 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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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과학수사 외길 김종찬 경위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경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김종찬 경위.2017.10.19.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모든 단서는 범죄 현장에 있어 먼지 하나라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과학수사 요원들은 생각할 것입니다."

경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광역 안동팀장인 김종찬(51) 경위는 대구·경북 과학수사의 산증인이다.

1990년 경찰에 투신한 김 경위는 1997년부터 20년 연속 과학수사 분야에서만 일했다. 대구·경북 경찰관 가운데 그보다 이 분야에 오래 근무한 사람은 없다.

김 경위는 행정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기회에 응시한 경찰 시험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여러 부서를 돌며 근무하던 중 1997년 당시 '감식팀'이라는 곳에 발령이 나 과학수사에 발을 내디뎠다. 그 뒤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중요 수사단서를 찾아내는 과학수사에 푹 빠졌다고 한다.

범인 검거 기초자료를 찾는 과학수사가 범죄 피해자 억울함을 풀고 피해자 가족 슬픔을 덜어주는 토대가 된다는 매력에 그는 한 번도 근무 부서를 바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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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계 활동 [연합뉴스 자료사진]



순환 근무로 경북지방경찰청에서 경북 도내 경찰서로 소속이 바뀌었을 때도 과학수사 분야를 고집했다.

맡은 일에 누구보다 보람을 느끼지만 20년째 가족에게는 출근해서 하는 일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거의 매일 시신을 보고, 일부만 남은 시신 등을 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가 지금 하는 일을 제대로 알면 당장 그만두라고 할 것 같아 말을 못했다"며 "과학수사 중요성을 대부분 국민이 인식할 때가 돼야 가족에게 하는 일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경위는 20년 동안 과학수사를 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2003년 경북 청도에서 발생해 근로자 10여명이 숨진 버섯농장 화재를 꼽는다.

불이 오랫동안 계속돼 시신 훼손이 너무 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새까맣게 탄 피해자들 시신을 일일이 수습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신원을 모두 확인했고 시신을 인계받은 유족들이 "이제 장례라도 치를 수 있게 됐다"며 오열하는 모습을 보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과학수사 요원의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한밤중을 가리지 않고 출동해야 하지만 좀 더 나은 수사를 위한 노력도 빼먹지 않았다.

수년 전 경찰청이 대형 버스를 개조해 만든 '이동식 증거분석실'을 배치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사비를 들여 1종 대형 운전면허를 땄다. 이동식 증거분석실은 지문 자동분석 장비, 거짓말 탐지기 등을 갖춰 현장 과학수사에 꼭 필요하다.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드문 만큼 그가 나서지 않으면 누군가가 떠맡아야 할 상황이었다.

대형 면허를 딴 직후 경북경찰청에 'KCSI'라고 크게 적힌 이동식 증거분석실이 배치됐다. 올해 7월 광역 안동팀장으로 가기 전까지 5년여 동안 증거분석실을 몰고 곳곳을 누볐다.

전문성을 더 키워보겠다는 의지로 경북대 수사과학대학원에서 공부도 했다. 이 대학원은 과학수사와 각종 범죄·사고 예방을 위해 국내 최초로 경북대에 문을 연 교육기관이다.

사건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변사 사건 처리 실태와 관련한 논문을 써 석사학위도 땄다.

경찰관이 주로 구독하는 수사 관련 월간 잡지에 과학수사 글도 5년째 쓰며 경험을 다른 경찰관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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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계 광역안동팀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경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광역안동팀 직원들이 현장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확인하고 있다. 2017.10.19.



그가 요즘 이끄는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계 광역 안동팀 요원은 7명이다. 얼핏 보면 많다고 할 수 있으나 광역 안동팀이 맡은 지역은 전국 어느 광역팀보다 넓다.

시 단위 자치단체에서 면적이 전국에서 가장 넓은 안동시와 주변 4개 시·군(영주시·예천군·의성군·봉화군)을 맡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필요한 데다 과학수사만이 갖는 매력 때문인지 안동팀원 가운데 상당수도 10년 이상 과학수사 경력자이다. 교통 등 다른 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과학수사에 활용하는 팀원도 있다.

교대 근무를 해야 해 7명 전원이 한자리에 모이기 힘이 든다. 하지만 김 경위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이들을 모두 모은다. 수사경험을 공유하고 힘든 일을 하는 동료끼리 서로 격려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이다.

김 경위는 "미국 드라마 CSI처럼 극적인 순간은 드물 수도 있으나 과학수사 분야에 일하는 모든 경찰관은 현장에서 격투 끝에 범인을 잡는 강력팀 형사만큼 보람을 느낀다"며 "과학수사가 모든 수사에 단서를 제공하는 만큼 이에 관심과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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