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
“영상·음악·무용·패션 등과 접목
세계서 처음 서예를 무대에 올려
서예·한문 정규 과목으로 부활을”
2017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과 교수가 16일 인문대학 2호관 5층 중문과 서예실습실에서 붓을 들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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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 인문대학 2호관 중문과서예실습실. 이 대학 중어중문과 교수인 김병기(63) ‘2017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이하 전북비엔날레) 총감독은 전날 자신이 쓴 ‘오유(傲遊)’라는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예가인 김 감독이 이끄는 전북비엔날레가 21일부터 내달 19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과 전북예술회관 등에서 열린다.
올해 11회째를 맞은 전북비엔날레의 주제는 ‘순수와 응용’이다. 김 감독은 “과거에 사대부들이 종이와 붓·먹을 가지고 문자를 쓴 것이 ‘순수서예’라면 이런 전통적인 기법을 디자인과 인테리어·심리치료·도시미관 등 실생활에 활용한 것이 ‘응용서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행사는 순수예술로서 서예의 가치를 강조하되 이를 바탕으로 서예의 응용 범위를 넓히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붓의 춤, 먹의 울림’이란 주제의 개막 공연에서 김 감독은 조선 후기 시인 이양연이 쓴 ‘야설(野雪)’이란 한시를 가로 2m, 세로 9m 크기의 한지 위에 붓으로 쓴다. ‘눈길을 걸을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남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될 수 있으니’라는 내용이다. 김 감독은 “서예를 무대에 올리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며 “단순히 평면에서 붓의 움직임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영상과 음악·무용·패션·기접놀이 등과 접목해 입체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북비엔날레는 5개 부문 25개 행사에 세계 21개국, 1000여 명의 작가가 창작한 1300여 점의 서예 작품이 전시된다. 김 감독은 주목할 공연으로 개막 공연과 함께 ‘서론(書論) 서예전’을 꼽았다. 왕희지(王羲之) 등 중국 대문장가의 서예 이론 가운데 각국 작가들이 신조로 삼거나 감동을 받은 구절을 작품으로 만든 전시다.
그는 ‘명사 서예전’도 추천했다.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과 정종섭·나경원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 27명이 작품을 냈다. 박영수 특검이 행서체로 쓴 ‘시우(施雨)’라는 작품도 이중 하나다. ‘비가 와야 만물이 자란다’는 뜻이다. 그는 “두 자만 썼는데 앙증맞으면서도 격이 아주 높다”고 평가했다.
전북비엔날레는 1997년 무주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기념하는 문화 행사로 기획됐다. 서예비엔날레로는 세계 최초다.
김 감독은 서예가 홀대받는 현실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을 최고 위인으로 알면서 그가 (한문으로) 쓴 『난중일기』를 국민들이 한 구절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부는 한문과 서예 교육을 부활해 정규 과목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서예를 중국과 일본보다 먼저 ‘세계 서예’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김 감독의 목표다. 그는 “중국은 서예의 종주국이지만 문화대혁명을 겪으며 서예의 정통을 스스로 파괴했고, 일본 서예는 일찍이 서양의 추상 미술의 영향을 받아 전통성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며 “정통한 서예를 보존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역설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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