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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시론]文 대통령, 개헌으로 '7년 집권'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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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


지난 5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9일 만에 청와대로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1차 청와대 회동이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렇게 언급했다. "저는 제가 한 말에 대해서 강박감을 가질 정도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년 6월 개헌은 반드시 할 겁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것은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 문 대통령은 매우 구체적인 계획까지 밝혔다. 이런 내용이었다. "만약 국회의 개헌특위에서 충분히 국민주권적인 개헌 방안이 마련되지 않거나 제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정부가 논의사항을 이어받아서 국회와 협의하면서 자체적으로 개헌특위를 만들어서 개헌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국회의 개헌특위를 통해서 하든 대통령이 별도의 정부 산하 개헌특위를 통해서 하든,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을 하겠다는 것은 틀림없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국회 개헌특위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지만, 진척이 없을 경우에는 정부안으로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현재 개헌에 누구보다 열심인 인물은 정세균 국회의장이다. 이달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문 대통령 초청 5부 요인 오찬 회동 때, 정부 쪽에서도 노력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각별히 당부하기까지 했다. 바로 다음날 정 의장은 국회 개헌특위가 개최한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 종합보고'에 참석했다.

지난 8월29일 부산을 시작으로 광주, 대구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11차례에 걸쳐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한 결과에 대한 종합보고 자리였다. 정세균 의장은 이미 내년 3월 중 국회 차원의 헌법 개정안 발의, 5월 국회 본회의 의결,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 진행이라는 구체적 일정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화두를 던지고 정세균 의장이 발로 뛰면서 개헌 동력을 키워가는 중인 것이다.

개헌이 이뤄질 경우에, 문 대통령은 임기 일부를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총선거 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함께 치르는 방향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문 대통령에게는 재선 도전 기회가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임기 일부 포기라는 불이익을 감수하는 대신에 당선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기회는 제공하자는 취지다.

단명 대통령으로 끝날 위험부담이 없진 않지만, 문 대통령으로서도 수용을 거부하기 쉽지 않은 대안이다. 국민적 지지가 현재처럼 유지돼 재선에 성공한다면 문 대통령에게는 결과적으로 7년의 집권 기회가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개헌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는 이면에는 이런 나름의 정치적 계산, 판단도 작용한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참모들은 어떨까. 어쩌면 그들이 더 바랄 지도 모를 일이다. 개헌을 통한 임기 연장이 당면과제라면, 문 대통령에게나 청와대 참모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지지율 관리다. 어떻게 해서든 지지율 60%대를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끌고 가야만 한다.

각자 강조점에 차이가 있지만, 여야 모두 개헌을 한다는 데에도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최근 개헌 찬성론자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갑자기 개헌 국민투표 연기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다소 뜬금없는 연기론에 모두 의아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강한 톤으로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홍 대표는 왜 입장을 번복하면서까지 개헌 연기를 주장하고 나섰을까.

어쩌면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의 수를 읽었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한국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한 뒤 개헌 반대로 돌아서면, 개헌안의 국회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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