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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무제한 아닌 '무제한요금제'…이통사, 여전히 꼼수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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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마련한 동의의결 제도 어겨
공정위 처벌의지 안보여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기본 데이터를 다 쓰면 속도가 느려지는 휴대폰 요금제는 무제한일까 아닐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상품을 '무제한'이라 표현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판단해 이동통신사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를 따르지 않아도 공정위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있어 이통사들의 '편법' 판매가 계속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프리미엄 가족결합'이라는 신규 상품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데이터 무제한형 요금제가 최저 3만원대가 된다"고 홍보했다. 이 요금제는 데이터선택 65.8(월 정액 6만5890원)으로 기본 10기가바이트(GB)와 매일 2GB를 제공하고, 이를 초과하면 3Mbps로 속도를 제한한다.

앞선 지난해 9월 이통 3사는 이 같이 속도가 느려지는 요금제를 '무제한'이라 표기하지 말라는 공정위의 지시를 받아들이기로 약속한 바 있다. 또 영상 광고에서는 자막 외에도 음성으로 제한 내용을 안내하기로 했다. 법을 어긴 사업자들이 스스로 시정방안을 마련하면 문제 삼지 않기로 한 '동의의결' 제도다.

하지만 KT는 이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KT 측은 "해당 영상은 가입자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상품 설명을 하는 것으로 광고라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정위 판단은 다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튜브에 올렸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보라는 목적을 갖기 때문에 당연히 광고로 봐야한다"며 "광고에 대해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장에서는 SK텔레콤의 해외로밍 광고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SK텔레콤의 해외로밍 영상 광고에는 "추가 요금 없이 하루 단돈 9900원으로 데이터를 마음껏 쓸 수 있다"고 돼 있지만 100메가바이트(MB)를 소진할 경우 속도가 제한(200Kbps)된다. 이날 국감장에 참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런 지적을 받자 "100MB 제공을 무제한으로 표현한 것은 무리가 있다. 시정토록하겠다"고 했다.

이통사들이 동의의결을 지키지 않은 건 광고를 통해 얻는 이익이 처벌 위험에 비해 크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의 '일탈' 행위가 적발되면 공정위는 동의의결을 취소하고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그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별 제한 없이 '무제한' 홍보를 진행해온 것이다.

지난해 동의의결 시행 당시에도 공정위는 처벌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통3사는 동의의결에 합의하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총 3244만명에게 데이터 쿠폰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가 요금제에서는 기본 데이터를 다 소진해도 매일 2GB씩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 보상은 별 실효성이 없는 것이었다. 또 공정위는 이 보상안이 실제 이행됐는지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통사를 옮긴 가입자 1158만명 중 실제 혜택을 받은 피해자는 16명에 그쳤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 정책국장은 "동의의결 제도가 결국 대기업 봐주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통사들은 본인들이 지키겠다고 약속한 내용도 이행하지 않고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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