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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포커스人]영부인도 입는다는 홈쇼핑 옷…"끈질긴 설득·자신감에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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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 홈쇼핑서 구매한 정장 착용해 화제
트렌드·최고급 소재·서비스 끌어올린 노력의 결과물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끈질긴 구애 끝에 성사

아시아경제

강지영 CJ오쇼핑 패션기획팀 MD. 사진 속 제품은 김정숙 여사가 직접 착용했던 'VW베라왕 베라 수트 세트'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최근 홈쇼핑 의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착용한 아이보리색 정장이 한 홈쇼핑업체의 제품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다.

'영부인도 홈쇼핑 옷을 입는다'는 사실은 유명 셀러브리티의 복장이 회자된 정도의 해프닝이 아니다. 디자인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명품 수준의 소재를 적용하고, 고객 서비스 역시 백화점급 이상을 구현하려고 한 그간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홈쇼핑 의류가 전반의 자격 조건을 갖췄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각 홈쇼핑업체에는 유명 디자이너와 손잡은 간판 브랜드가 있다. CJ오쇼핑의 'VW베라왕', 현대홈쇼핑의 'J BY'가 대표적이다. 최근 누구보다 뿌듯해할 담당 상품기획자(MD)들을 만나봤다.

◆할리우드 여배우도, 김 여사도 '베라왕' 입는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 베라왕과 CJ오쇼핑의 인연은 2012년, 약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언더웨어 자체브랜드(PB) '피델리아'의 변화를 모색하던 CJ오쇼핑은 베라왕과의 협업을 위해 미국 뉴욕의 베라왕 본사로 날아갔다. 곧 '베라왕 포 피델리아'가 탄생했고, 2012년 첫 방송에서 목표금액의 3배에 달하는 1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시작은 순탄했지만 브랜드를 끌어오기는 쉽지 않았다. 2014년 초 패션 카테고리로 확장하기 위해 뉴욕 본사를 다시 찾았는데 상대 측은 조심스러워했다. 기존의 고급 이미지와 홈쇼핑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 그러나 끊임없이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고, 신뢰를 얻는 데에도 성공했다. 1년여의 설득 끝에 2015년 4월 아시아 최초로 베라왕의 의류, 잡화, 인테리어 라이선스를 획득하게 됐다. 강지영 CJ오쇼핑 패션기획팀 MD는 그 직후 팀에 합류해 함께해오고 있다.

매출은 기대 이상이다. 강 MD는 "2015년 론칭 이후 1608억원의 매출로 매년 200%씩 성장했다"면서 "올해 들어서만 550억원어치가 판매됐고 연말까지 800억원 매출이 예상되는데 홈쇼핑 내 패션 단일 브랜드로는 최고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재구매율도 25%로 높다. 구매자 4명 중 1명은 다시 동일 브랜드에 지갑을 열었다는 얘기. 반면 반품률은 다른 브랜드보다 10%포인트가량 낮다. 베라왕 본사에서도 이 같은 반응에 깜짝 놀랐다고. 강 MD는 "디자이너 베라 왕은 한국 여성들의 패션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에 대해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제품에 대한 반응과 판매 현황에도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VW베라왕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기심은 최근 정점에 달했다. 김 여사가 착용한 아이보리색 정장이 바로 CJ오쇼핑 VW베라왕 제품이라는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다. 담당 MD는 어떤 기분일까. "그간 상품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힘든 부분들이 많았는데, 화제가 되면서 그간의 노력이 인정받은 듯해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더 나은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더 많은 제품으로 공감을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아시아경제

이지선 현대홈쇼핑 의류팀 책임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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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학까지 접어 정구호 디자이너 설득…J BY, 1년 만에 정체성 '뚜렷'= 정구호 디자이너는 차분하고 실루엣이 살아 있는 여성복의 대명사다. '구호'의 성공으로 실력과 유명세를 손에 쥔 그를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지선 현대홈쇼핑 의류팀 책임 MD는 거의 모든 채널의 제안을 거절하던 그를, 긴 호흡으로 만났다.

"매출을 위주로 제안하지 않고 편안하게, 오랜 기간 설득했어요. 판매액의 일부를 패션발전기금으로 내놓겠다는 약속도 드렸고, 직원들이 다 같이 마음을 담아 검은색, 흰색 학도 접었어요.(웃음) 그런 진심이 전달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J BY는 수백 마리의 학과 약속과 진심이 닿아 탄생했다. 차분하고 얌전한, 우아한 브랜드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다. 고객들도 1년여 만에 J BY 고유의 느낌을 확고하게 가지게 됐다. 이 MD가 꼽는 J BY의 장점 중 하나다.

"판매가 잘될 것 같아도 브랜드 이미지와 맞지 않으면 진행하지 않아요. 홈쇼핑을 애용하시는 고객들은 채널을 돌리다가 상품명을 보지 않아도 J BY를 알아보신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제품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이메일을 보내시는 충성고객도 있고요. 홈쇼핑 환경 내에서 쉽지 않은 성과죠."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컬러와 오버사이즈 실루엣으로 J BY는 단기간에 가능성을 증명했다. 작년 8월 론칭 이후 1년여 만에 700억원을 웃도는 매출을 냈다. 여성 복종에서 벗어나 잡화로 영역도 넓혀가고 있고, 미용상품 출시도 검토 중이다.

"기존에 기획하기 어려웠던 아이템도 J BY를 통해 선보이면 반응이 좋아요. 홈쇼핑은 주로 풍성한 구성, '블라우스 5종' '니트 3종' 이런 식으로 묶어 판매하죠. 하지만 J BY는 고급 니트 1종 단품, 이런 식의 파격 기획을 선보입니다. 그래도 잘 팔리거든요. 제품과 기획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거죠."

잘나가는 홈쇼핑 의류 MD가 소개하는 '홈쇼핑으로 옷 잘 사는 법'은 뭘까. 이 MD는 "15분 이상 쇼 호스트의 멘트를 쭉 듣고 입체적으로 제품을 살펴본 뒤 구매하라"면서 "홈쇼핑 의류는 트렌드가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실제 구매했을 때 낯선 부분이 발견될 테지만 새롭게 시도해보며 옷을 입는 즐거움도 알게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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