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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Health] "직원 건강관리는 비용아닌 투자…건강경영 접목하면 모두에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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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강대희 학장


직장인 A씨는 올해 4월 따뜻한 봄날,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경기를 하다가 넘어져 골절과 함께 발 뒤쪽 인대가 끊어져 2~3주 동안 입원해야 했다. 또한 A씨는 깁스를 한 발 때문에 회사 업무도 예전처럼 신속하게 할 수 없었다. 이와 함께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가는 날이 많아 결근이나 조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개인의 실수에 의한 단순한 사고지만 A씨 본인이 부담하는 병원치료비뿐만 아니라 회사가 직간접적으로 받은 피해는 적지 않다. 그렇다고 회사는 A씨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미국 테네시주 워싱턴 카운티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직장인 헬스케어 클리닉(Employee healthcare clinic)'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인구가 약 12만3000명인 이 도시는 올해 약 20만달러의 의료비 지출을 절감했고 수년 내 100만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엘드리지 워싱턴 카운티 시장은 "직장인 헬스케어 클리닉을 열어 운영해보니 의료비 지출을 절감하고, 무엇보다 조직이 활력을 되찾고 생산성이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본점 내 신한심포니에 '마음 두드림 열린상담센터'를 오픈해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심리상담 전문가가 상주하면서 직원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상담해준다. 또한 LG디스플레이는 지난 4월 'LG디스플레이 힐링센터'를 개관해 힐링과 소통을 주제로 임직원의 심신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의 건강관리는 누가해야 할까. 당연히 개인의 몫이 크지만 회사가 직원의 안전한 건강관리법과 효율적인 운동 방법을 교육한다면 어떨까. 직원과 회사 모두에 이익이 된다.

우리나라는 직원의 건강관리가 걸음마 단계이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직원 지원 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s)'을 운영해 직원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추세다. 직원이 건강해야 결근이 줄고 생산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는 직원의 건강관리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기업의 건강경영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미국은 이미 1980년대부터 도입됐다. 대표적인 직원의 건강관리 지원책은 규칙적인 운동, 좋은 식단, 금연, 체중관리, 웰에이징, 예방 차원의 질병관리 등이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선진국 기업과 정부는 일반 국민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 건강경영을 접목해야만 국가의료비 부담을 덜고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조직 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인식한다"면서 "특히 선진국은 직장인 건강관리가 새로운 기업문화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의 건강관리는 먼저 결근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인다. 둘째, 근로자 개인의 의료비 지출과 국가의 건강보험 지출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직원의 의료비 절감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한몫할 수 있다. 셋째, 직원이 건강하면 자신이 맡은 업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는 고용주에게도 이익을 가져다 준다. 넷째, 노사임금 협상 때 건강한 직원은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고용주 눈에는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한 직원이 유능해 보이고 업무성취 역시 높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마지막으로 직종에 따라 다르지만 건강한 직원은 힘이 필요한 식품·유통업계, 자동차 수리업체, 영업직 등 고된 업종에서도 환영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윤 교수는 "성인이 가장 많은 시간(하루 평균 11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체력관리를 위한 운동시설, 휴게실, 카페 등의 환경 조성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기업이 직원의 건강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지원과 정책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최근 보장성 강화에 따른 건보재정 확충 방안이 논란인 가운데, 직장인을 중심으로 기업의 체계적인 건강관리가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토론회가 열린다.

서울대 의대 건강사회정책실·가정의학교실·예방의학교실은 25일 서울대 의대 행정관 3층 대강당에서 오후 2시 30분~5시 30분 '직장건강 관리에 관한 정책 토론회'를 연다. 이날 고동우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장의 '사업장 보건관리체제와 정책'과 윤 교수의 '작업장건강지수를 활용한 기업건강문화 조성' 주제 발표에 이어 홍윤철(서울대 예방의학과)·최희주(순천향대 건강과학대학원장)·윤지현(서울대 식품영양학과)·고현숙(국민대 경영학과·코칭경영원 대표)·강충원(이대목동병원 작업환경의학과)·장유수(강북삼성병원)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선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이 축사를 하고 노동영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원장,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가 좌장을 맡는다. 토론회 참석을 원하는 사람은 이름, 소속, 연락처를 명기해 이메일로 접수하면 된다. 전화 접수도 가능하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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