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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기고] `복제약 세계대전` 눈앞…30년된 낡은 法부터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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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글로벌 진출 성공의 바로미터(barometer)인 미국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내 바이오의약품 제약사 간 주도권 싸움이 핫 이슈다. 미국에서 최초로 승인된 바이오시밀러(오리지널 의약품·자가면역치료제 레미케이드)로도 유명한 두 주인공은 셀트리온의 '인플렉트라'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렌플렉시스'다. 미국에서 들려온 이 낭보에 가슴이 설레는 이유는 글로벌 강자들과의 서바이벌 게임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세계는 '바이오 경제 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특히 2020년 상당수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지금은 바이오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할 만하다. 미국은 작년 '21세기 치료법(21st Century Cures)'을 제정하여 의약품·의료장비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였고, 정밀의료 기반 확충을 위한 의료 정보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정밀의료, 뇌, 줄기세포 등 첨단바이오 분야에 10년간 48억달러를 투자한다. 유럽연합(EU)은 바이오의약품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 관리체계를 구축했고 특히 유전자 치료제, 체세포 치료제, 조직공학 제제를 첨단의약품(ATMP)으로 규정하고 허가와 임상, 안전을 독립적으로 관리하는 등 속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발판을 이미 마련하였다.

우리나라는 생산능력에 있어서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바이오 강국에 진입할 수 있는, 즉 '퀀텀점프(Quantum Jump)'가 가능한 변곡점에 서 있다. 바이오산업은 기초연구 성과가 상업화로 바로 연결(Lab to Market)되는 특성과 함께 상업화까지의 가치 사슬이 매우 긴 특징이 있기 때문에 기초연구 성과가 상업화의 마지막 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건강하고 역동적인 바이오 생태계 조성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우선 바이오경제 혁신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산하 '바이오특별위원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바이오 분야 전담조직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또한 1983년 제정된 바이오 분야 총괄규범인 생명공학육성법을 전면 개정하여 혁신적인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의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생명공학육성법을 근거로 선순환적 바이오 생태계 조성을 통해 이른바 'Discovery to Market'을 실현할 수 있는 전 주기적 정책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음으로 바이오혁신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ICT 인터넷 플랫폼'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혁신과 글로벌 시장 선도의 중추적 역할을 했듯이 바이오 분야에서도 기술 및 산업 혁신의 가속화를 뒷받침할 국가 차원의 바이오혁신 플랫폼이 구축되어야 한다. 연구개발(R&D) 성과, 자원, 인프라, 산업정보 등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바이오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여 바이오기술 중심의 '연결'과 '융합'을 촉진해야 한다. 특히 공적 자금이 투입된 연구 결과 공유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바이오 R&D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혁신적 신기술개발을 저해하고 있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법과 제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과학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유전자편집기술, 줄기세포처럼 우리가 주도권을 선점하고 있는 혁신기술에서 규제 합리화를 통해 선진국과의 속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신기술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충분히 듣고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신기술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대중과의 긴밀한 소통,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한 규제 완화 추진이 필요하다.

고령화·저성장 시대에 바이오산업은 미래 먹거리와 고용 창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산업이다. 문재인정부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제약·바이오'를 국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고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천명하였다.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대형 바이오 기업 등장, 높은 수준의 연구인력, 민간투자 증가 등 우리 바이오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속담처럼 정부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바이오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성장 기반을 확충할 수 있도록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오구택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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