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전통이냐 동물학대냐"…소싸움대회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1

지난 14일 전국의 명품 싸움소들이 충북 보은군에서 열린 ‘제11회 전국 민속 소싸움대회’에 출전해 백두·한강·태백 타이틀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사진 보은군 제공).2017.10.17.©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남자친구와 소싸움을 보러 갔는데 소가 고삐에 끌려 경기장으로 들어오더라고요. 그런데 소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울기 시작하고,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버티는 모습이 안타깝더라고요."

문모씨(26)는 지난 7일 경북 청도군 소싸움경기장에서 열린 소싸움 경기를 구경 갔다가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경기 뒤 머리에 피가 난 소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청도 경기장에서는 매 주말 소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충북 보은군에서는 지난 13일부터 '제11회 전국민속소싸움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외에도 경남 진주, 의령 등 전국 각지에서 소싸움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 같은 소싸움은 동물학대가 아니다. 동물보호법 시행령과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등에 따라 동물보호법 제8조 2항인 '도박·광고·오락·유흥을 위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조항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 전국 11개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소싸움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

그러나 소싸움대회가 열릴 때면 동물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과거부터 이어져왔고, 현재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대회"라는 주장과 "살아있는 소를 데리고 싸움을 시켜 서로를 다치게 하고, 이를 오락 대상으로 이용하는 게 어떻게 학대가 아니냐"라는 주장이 맞서는 것이다. 또한 소싸움을 시킨 뒤 돈을 걸기 때문에 도박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런 소싸움에 대해 동물학대라는 주장을 펼친다.

전진경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이사는 "과거에는 농민들이 소를 이용해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강한 소가 필요했고, 이에 소들끼리 겨루게 해 강한 소를 골라 새끼를 낳게 해야 했기 때문에 소싸움이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는 그런 부분들이 사라진 상태임에도 투우처럼 야만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소싸움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이사는 "본성에 어긋나는 훈련을 통해 소들에게 싸움을 시키는 건 오로지 싸움소 주인들과 베팅을 하는 사람들의 돈을 벌기 위한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설령 전통이라는 의미가 남아있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물학대라고 여기고, 원하지 않는다면 변화하는 게 맞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동물보호법에서 소싸움을 예외로 하는 조항을 없애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도 "소싸움 경기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한국 소싸움은 힘겨루기를 하다가 자신이 없는 소가 뒤돌아서면 끝나는 것이기에 동물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2003년부터 수년에 걸쳐 현장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몸무게 600kg을 넘나드는 황소들이 머리를 들이대고 짓이기는 과정에서 소는 상해를 입고 피를 흘리기도 하며, 소싸움 현장에 나온 소들의 머리엔 찰과상을 치료하는 약물 자국들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소싸움협회의 입장은 동물단체와 상반된다. 소싸움은 동물학대가 아닌 전통이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순현 청도군 농정과 주무관은 "소싸움대회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속경기이고, 스페인 투우처럼 죽이는 경기가 아니라 단순히 소끼리 힘을 겨루는 것이기 때문에 학대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주말마다 관광객들이 3000~5000명씩 오고 있고, 주위 관광지와 연계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소싸움대회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도공영사업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싸움 경기를 통해 3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71만여명의 관객을 유치했다.

김기두 한국민속소싸움협회 정읍지회장은 "도그쇼나 경마 등은 동물을 억지로 훈련시키지만 우린 원칙대로 운영하고 있다"며 "소싸움은 1000년이 넘은 우리나라의 전통인데 이걸 보고 학대라고 말하는 건 할 소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사회가 변했다고 전통을 묵살한다면 그 나라에 어떻게 발전이 있겠냐"며 "이미 합법으로 판결난 사항에 대해 다른 말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lgirim@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