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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인터뷰] 이런 일본 애니 본 적 없을 걸?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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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중앙일보

유아사 마사아키 / 사진=라희찬 (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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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올해 BIFF에서 유난히 팬을 몰고 다닌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이 있다. 바로 유아사 마사아키(52)다. 한국 대중에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대담하고 독창적인 연출력, 작품마다 다양한 스타일로 변주하는 유연성과 동 세대가 공감할 주제의식으로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이다.

이번 BIFF에선 두 편의 장편 신작,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이하 ‘밤은 짧아’)와 2017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대상 수상작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이하 ‘루의 노래’)를 상영한다. 두 편은 올해 안에 국내 극장에도 걸릴 예정이다. 처음 부산을 찾은 그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왔던 답변도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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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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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는 못말려’(1992~)의 애니메이터 출신인 유아사 감독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2004년 장편 ‘마인드 게임’을 발표하며 영화 연출을 시작했다. 황당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이야기, 왜곡이나 과장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범한 표현과 2D와 3D를 자유자재로 섞은 첫 작품은 많은 이에게 그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BIFF에서 만난 유아사 감독은 “한국이 이렇게 가까운데 그동안 제 작품이 많이 소개되지 않아 안타까웠어요.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합니다”라며 들뜬 기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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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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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루의 노래’와 ‘밤은 짧아’는 거의 동시에 작업했지만, 무척 다른 작품이다. 바닷마을에서 인간과 인어의 교감을 그린 ‘루의 노래’는 사랑스럽고 환상적인 동화 같다면, 교토의 밤을 신명나게 즐기는 소녀와 그를 짝사랑하는 선배의 로드 무비 ‘밤은 짧아’는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컬트 예능 같다.

“영화의 내용에 가장 적합한 그림체를 고안한다”는 유아사 감독은 리얼한 묘사에 집착하지 않고, 인물의 내면과 감정을 극대화하는 그림을 추구한다. ‘밤은 짧아’에서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그의 머릿속에 들어가 수십개의 자아가 난상토론을 벌이는 모습으로 표현한 게 대표적이다.

“인물이 기억하지 못하는 배경이나 관심이 없는 사물은 그리지 않는 거죠. 반대로 인물이 좋아하는 것은 더 강조해서 그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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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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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쓰는 방식도 남다르다. 유아사 감독은 ‘바다는 파란색, 밤은 검정색’ 같은 고정관념이 없다. 예컨대 ‘루의 노래’에서 인어 루(타니 카논)가 사는 바다는 채도가 낮은 녹색이고, 심해로 들어갈수록 노란색이 된다.

“저는 색깔에 인물의 감정을 담아요. 루가 깊은 바다를 더 편안하게 느끼기 때문에 따뜻한 색을 썼다면, 물 밖에선 이상한 존재로 취급 받기에 어두운 색깔을 쓰는 거죠. ‘밤은 짧아’에서 밤을 오색빛깔로 표현한 건 소녀의 마음이 그만큼 즐겁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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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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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을 뚫고 나올듯한 인물들의 역동적인 움직임도 유아사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다. ‘루의 노래’에선 음악이 나오면 인물의 발이 음표처럼 변하면서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함께 발을 구르게 될 정도로 흥겹다.

“역시 춤은 발이죠(웃음). 어릴 적 ‘톰과 제리’(1940~)를 매일 봤는데 톰과 제리의 빠른 발놀림을 반영해 봤어요. 인물을 가만 두지 않고 계속 움직이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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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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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의 노래’와 ‘밤을 짧아’를 연이어 보고 있으면, 두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소통과 교감이다. 나와 전혀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렇게 성장하는 이야기.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특이한 아이’라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남들에게 이해받고 싶은 제 마음이 투영된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느라 다른 사람을 나쁘게 이해하고 평가하는 경향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상대방을 편견없이 보는 건 어렵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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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루팡 3세:칼리오스트로의 성&#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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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차기작은 넷플릭스 시리즈로, 공포와 액션 장르인 ‘데블맨 : 크라이베이비’(2018)다. 폭력과 슬픔이 어우러질 이 작품 또한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색깔이 될 터다. 상상력의 한계가 없어 보이는 그가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기까지 가장 영향을 받은 작품은 무엇일까.

유아사 감독은 자신의 영원한 고전으로 3편을 꼽았다. 마츠모토 레이지 작가가 1977년 첫 연재를 시작해 TV 시리즈, 극장판 영화 등으로도 제작된 SF 걸작 만화 ‘은하철도 999’, 1973년 만화가 야마모토 스미카가 첫 연재한 이후 꾸준히 다른 장르로 각색된 테니스 만화 ‘에이스를 노려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장편 데뷔작 ‘루팡 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1979)이다.

부산에서 만난 유아사 마사아키 대표작 4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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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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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일본 후지TV

자고로 어떤 동아리에 가입하느냐가 대학 신입생의 삶을 결정짓기 마련. 11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TV 시리즈로, 교토의 대학생이 에피소드마다 다른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달라지는 운명을 그렸다. 지적이며 고풍스러운 단어를 쓰는 남자가 정작 여자 앞에선 숙맥이 되어버리는 ‘엇박자’가 이 시리즈의 재미.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이 원작이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대사 때문에 성우가 더빙하다 혀가 마비되기도 했다고.

핑퐁 더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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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핑퐁 더 애니메이션&#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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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일본 후지TV

일본의 인기 만화가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 『핑퐁』을 TV 애니메이션으로 옮겼다. 고등학생 탁구 선수들의 경쟁과 꿈, 성장을 그린 명품 스포츠 만화. 자신의 탁구 실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다소 거만한 페코, 그리고 과묵하지만 실력 있는 스마일. 소꿉친구인 두 사람은 전국 대회를 치르며 좌절과 승리를 번갈아 맛본다. 유아사 마사아키의 자유로운 그림체가 운동선수들의 역동성을 배가시킨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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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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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개봉 예정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이하 ‘다다미’)에 이어 모리미 도미히코의 또 다른 소설을 영화화했다. ‘다다미’ 제작팀이 6년 만에 다시 모여 만든 작품. ‘그 곳에 술이 있는 한’ 술을 마시겠다는 주당 ‘검은 머리 소녀(하나자와 카나)’와 그를 짝사랑하는 동아리 ‘선배(호시노 겐) ’가 하룻밤새 겪는 환상적인 여정을 그렸다. 선배는 소녀의 눈에 띄기 위해 최대한 눈앞에서 알짱거리지만 소녀는 동네를 휘젓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교토의 오색빛깔 찬란한 밤 풍경에 온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작품.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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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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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개봉 예정

유아사 마사아키의 대담하고 호방하며 자유로운 그림체가 120% 위력을 발휘한 작품이다. 쇠락한 항구 마을, 삶이 그저 울적하기만 한 중학생 카이(시모다 쇼타)는 친구들과 근처 인어 섬에 갔다가 인어 루를 만나게 된다. 음악만 있다면 어디서든 노래하는 ‘흥부자’ 루를 만나면서 카이의 일상도 달라진다. 하지만 인어가 재앙을 불러온다고 믿는 마을 사람들과 부딪치게 된다. 인간의 이기심과 자연의 보복 그리고 화해까지 왜 유아사 마사아키가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 불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김효은 기자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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